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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전국을 강타한 하나의 콘텐츠가 있다. ‘인터넷 소설’. 당시로선 파격적인 전개와 문법과 어휘 파괴 등 새로운 시도로 10대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장르다. 일종의 서브컬쳐였는데, 인기가 많아지면서 영화와 드라마까지 확장된 케이스다. 현재의 웹툰과 같은 위치였다고나 할까.
카카오웹툰 ‘그때 우리가 조아한’은 이세계물에 인터넷 소설을 버무린 웹툰이다. 현실적인 여주인공이 과거 잘 나갔던 인터넷 소설 작가이고, 현실의 암울한 벽에 가로막혔던 그가 자신이 만들어낸 인터넷 소설 속 세계로 들어간다는 설정이다. 판타지에 또 하나의 판타지를 덧입힌 셈이다.
어느 날 아란은 파혼 사실을 알리기 위해 어릴 때 살았던 부모님 댁을 찾았다가 정신을 잃으며 인터넷 소설의 세계인 ‘천양시’로 빨려 들어간다. 천양시는 현실과 전혀 다르다. 이혼했던 부모님이 다정하게 아란을 깨우고, 말풍선 안에는 감정을 표현하는 이모티콘이 떠 있다. 아란은 얼떨결에 학교에 가면서 이곳이 인터넷 소설의 법칙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소설 속 세계라는 것을 눈치챈다.
웹툰의 타깃은 20~30대 여성 독자들로 보인다. 그들이 10대 시절 접했을 인터넷 소설 감성을 녹여내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끔 한다. 글 작가는 카카오웹툰의 대표 지식재산(IP)인 ‘유부녀 킬러’의 ‘YOON’ 작가다. 탄탄한 스토리 라인과 작가만의 특유한 개그 코드가 잘 접목됐다.
작화도 인터넷 소설 설정에 맞게 섬세하다. 움비 작가만의 개성적인 작화와 미형적인 캐릭터가 돋보이며 작품의 분위기, 캐릭터성을 잘 살려냈다. 진지한 컷과 개그 컷을 각각의 분위기에 맞춰 작화로 잘 살려 독자들의 몰입감을 높였다. ‘그때 우리가 조아한’은 현재 누적 조회 수 약 222만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