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준비한 자가 '타이밍' 잡는다

  • 등록 2019-02-11 오전 6:00:00

    수정 2019-02-11 오전 6:00:00

[이데일리 고규대 문화·레저산업부장] 인생은 타이밍이다. 공부도, 사랑도, 취업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만학도나, 모태 솔로나, 취업준비생이라면 ‘그때 만약 그랬더라면’ 과거의 놓친 타이밍을 아쉬워할 터이다. 결국 타이밍이란 때를 아는 것, 때를 분별해내는 것, 그리고 때를 놓치지 않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겠다.

이 영화의 타이밍, 아주 좋았다. 개봉 18일 만에 1200만 터치다운에 성공한 ‘극한직업’이다. 1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극한직업’은 지난 9일 77만6162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누적 관객수는 1217만6029명. 역대 국내 영화 박스오피스 1위 기록을 가진 ‘명량’의 1100만 최단 기록(13일), 1200만 최단 기록(15일) 이후 두 번째로 빠른 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여세를 몰아 1400만에 이어 1500만 관객을 노리고 있으니 이러다 역대 박스오피스 1위라는 큰 일을 낼까 궁금해진다.

‘극한직업’은 성공적 타이밍은 ‘개봉 일정’이었다. 지난 1월23일 개봉 당시 별다른 적수 없이 박스오피스 1위를 만들어냈다. ’뺑반’(1월30일) ‘알리타: 배틀엔젤’(2월5일) 등 경쟁작이 이렇다 할 힘도 못 쓰는 행운도 안았다. 말 그대로 개봉 타이밍을 적절하게 알아챈 전략적 배급의 성공이다. ‘극한직업’의 또 다른 성공 타이밍은 ‘웃음’이었다. 상사에게 혼나는 와중에도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갈비인가 통닭인가”라며 치킨 주문 전화를 진지하게 받는 등 적절한 때를 분별한 대사가 관객의 폭소를 자아냈다. 일부 개연성을 뛰어넘는 전개조차 웃음으로 덮어질 정도였다. ‘극한직업’의 빠질 수 없는 성공 타이밍은 ‘설 효과’도 있었다. 설 연휴는 방학 기간이어서 평일에 긴 휴식이 이어지는 추석 연휴보다 영화사가 선호하는 황금 시즌이다. ‘극한직업’은 입소문을 탄 데다 경쟁작마저 없던 시기 설 연휴 극장가를 장악하는 때를 놓치지 않았다. 흥행 예감과 함께 설 연휴가 끝났을 시기 천만 관객을 달성하리라는 추측을 앞당겼다.

‘극한직업’의 메가폰을 잡은 이병헌 감독은 앞서 ‘스물’ ‘바람바람바람’으로 재기발랄한 재능을 발휘해 주목받았다. 이병헌 감독은 “감정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신경을 곤두서 ‘바람바람바람’을 해 다음 영화는 그냥 웃긴 영화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마침 타이밍이 좋게 ‘극한직업’ 시나리오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시나리오 각색에 영화 ‘완벽한 타인’의 각본을 써 충무로를 깜짝 놀라게 한 배세영 작가가 합류했다. 배세영 작가의 합류를 두고 이미 ‘극한직업’의 흥행 코드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이곳저곳에서 새어 나왔다. 여기에 4년째 천만영화를 못 낸 데다 지난해 영화 부문 적자 성적표를 받아든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천만 흥행 배우이나 전작 ‘염력’ 등 연달아 참패한 류승룡, 영화 ‘범죄도시’의 거친 캐릭터를 벗고 부드러운 이미지 변신에 나선 진선규를 비롯해 이하늬·공명 등 저마다 흥행이 절실한 배우들의 노력도 더해졌다.

제우스의 아들이자 기회의 신으로 불리는 카이로스는 숱이 무성한 앞머리, 머리카락 하나 없는 뒷머리를 갖고 있다. 발에 날개까지 있어 달려오는 그를 잡을 수 있으나 도망치는 그를 붙잡을 수 없다고 한다. 기회가 왔을 때 그때를 알고, 분별해내고, 놓치지 않는 타이밍을 맞추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아마존 베스트셀러 ‘언제 할 것인가’의 저자 다이엘 핑크가 ‘무엇’에 대한 고민보다 ‘언제’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해보길 권했다. ‘극한직업’에 앞서 일정, 연휴, 웃음 등 삼박자의 갖춘 몇몇 영화가 빛을 보지 못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성공적인 타이밍을 맞았다 하더라도 그 타이밍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행운이 아니라 준비된 자의 몫이라는 의미다. 인생은 ‘준비된 자’의 타이밍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화사, 팬 서비스 확실히
  • 아이들을 지켜츄
  • 오늘의 포즈왕!
  • 효연, 건강미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