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무효의 법리
계약 등 법률행위의 일부가 무효인 것이 일부무효이다. 민법은 일부무효와 관련하여 “법률행위의 일부분이 무효인 때에는 그 전부를 무효로 한다. 그러나, 그 무효부분이 없더라도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나머지 부분은 무효가 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37조).
즉, 일부무효에 관하여 민법은 법률행위 전부가 무효로 됨이 원칙이지만, 예외적으로, 당사자 쌍방이 법률행위 당시 일부무효임을 알았더라도 나머지 부분에 대해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라면, 나머지 부분은 유효라는 것이다.
위와 같이 민법 제137조의 단서인 예외조항이 적용되어, 일부무효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만은 유효로 되기 위하여는, 일단, 법률행위의 일체성이 인정되면서도 그 일체의 법률행위가 가분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요건이다. 그 후, 당사자 쌍방이 이러한 법률행위 중 일부가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부분만으로 법률행위를 했겠는지에 대한 가정적 의사를 탐구하여, 전체의 법률행위를 했을 당시를 기준으로 나머지 부분 만이라도 법률행위를 했을 것이라면 나머지 부분만은 유효가 되는 것이다.
위 요건 중 법률행위의 일체성과 관련해서는 반드시 하나의 문서에 의해 작성될 필요는 없다. 여러개의 계약서를 작성하더라도 당사자의 의사에 의해 일체의 계약으로 판단될 수 있고, 복수의 법률행위가 상호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는 경우에도 일체의 계약으로 판단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임차권양도계약서와 권리금계약서를 각각 작성하는 경우, 금전소비대차계약서와 근저당권설정계약서를 각각 작성하는 경우에도 법률행위의 일체성이 인정될 수 있다.
법률행위의 가분성 역시 형식적으로만 판단할 것이 아니라, 법률행위의 내용, 당사자 또는 기간과 관련하여 인정될 수 있다. 예를들어, 1개의 매매계약서에 여러 개의 부동산을 매매하는 계약을 하면서, 매매대금을 총액으로 한 경우에도, 개개의 부동산 가격을 산정하고 이에 기초하여 총액이 결정된 경우라면, 가분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위와 같은 민법 제137조의 일부무효 법리는 강행규정이 아니라 임의규정이므로, 당사자간의 약정으로 배제할 수도 있다. 즉, 일부무효 사유 발생시 나머지 부분의 유효 여부에 대해 당사자간에 약정으로 미리 정해 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대법원 2003다1601 판결).
일부 취소의 법리로 유추적용
민법은 일부무효만 규정하고 있지만, 판례는 일부취소의 경우에도 민법 제137조 일부무효 법리의 유추적용을 인정하고 있다. 즉, 일부 취소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전부 취소가 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예를들어, A가 지능이 박약한 B를 꾀어 돈을 빌려주어 유흥비로 쓰게 하고, 실제 준 돈의 2배 가량을 채권최고액으로 하여 자기 처인 C 앞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안에서, 법원은 “근저당권설정계약은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금전소비대차계약과 결합하여 그 전체가 경제적, 사실적으로 일체로서 행하여진 것이고 더욱이 근저당권설정계약의 체결원인이 되었던 A의 기망 행위는 금전소비대차계약에도 미쳤으므로 A의 기망을 이유로 한 B의 근저당권설정계약취소의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일부무효이론과 궤를 같이 하는 법률행위의 일부취소의 법리에 따라 소비대차계약을 포함한 전체에 대하여 취소의 효력이 있다.”고 하였다(대법원 93다31191 판결).
여러명의 당사자가 합의를 하였고, 그중 일부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무효인 경우, 나머지 당사자간의 합의가 유효한지 판단 기준
판례에 의하면, 이러한 경우에도 일부무효의 법리가 적용되고, 결국 나머지 당사자들의 의사에 의해 유효 여부가 결정된다고 하였다.
관련하여 법원은“복수의 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합의를 한 경우 그 합의는 전체로서 일체성을 가지는 것이므로, 그 중 한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무효인 것으로 판명된 경우 나머지 당사자 사이의 합의가 유효한지의 여부는 민법 제137조에 정한 바에 따라 당사자가 그 무효 부분이 없더라도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되는지의 여부에 의하여 판정되어야 하고, 그 당사자의 의사는 실재하는 의사가 아니라 법률행위의 일부분이 무효임을 법률행위 당시에 알았다면 당사자 쌍방이 이에 대비하여 의욕하였을 가정적 의사를 말하는 것이지만, 한편 그와 같은 경우에 있어서 나머지 당사자들이 처음부터 한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무효가 되더라도 자신들은 약정내용대로 이행하기로 하였다면 무효가 되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만을 유효로 하겠다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그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가정적 의사가 무엇인지 가릴 것 없이 무효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그대로 유효하다.”라고 하였다(대법원 2009다41465 판결).
◇김용일 변호사
△서울대 경영대 △사법연수원 34기 △법무법인 현 파트너 변호사 △법무법인 현 부동산/상속팀 팀장 △대한변호사협회 공식 인증 부동산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공식 인증 상속전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