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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도 서울을 중심으로 대규모 입주 물량이 예정된 만큼 전세시장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4일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55%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택시장이 얼어붙은 지난 2008년(-1.75%) 이후 첫 하락 전환이다. 연말까지 한주 밖에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이달 현재 전셋값 수준은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22.41%) 이후 최저치다.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전셋값도 2.94% 내리며 2008년(-0.43)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올해 서울 등 수도권 전세시장은 한마디로 ‘물량 앞에 장사가 없다’는 말로 귀결된다. 정부의 강력한 대출·세제 규제로 집을 사기보다는 전세로 눌러앉은 수요가 많아져 전셋값이 우상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수요를 압도하는 공급 물량이 이를 상쇄시켰다는 분석이다.
올 가을까지 상승과 급등을 반복했던 주택 매매시장에 편승하려는 신규 매수자들이 늘어난 점도 서울 전셋값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서울 집값이 활황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역대 최고치인 16만가구의 입주 폭탄이 쏟아진 경기도에서 비교적 싼 매물을 사려는 수요자들이 몰리는 ‘탈(脫)서울’ 현상이 가속화된 점도 한몫했다.
갭투자자의 증가와 금리 인상 영향도 전세 공급 물량이 늘어난 원인으로 지목된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시중 금리가 꾸준히 상승하는 상황에서 주택 소유자들 입장에서는 기존 월세를 전세로 돌리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주택시장 상승기에 전세보증금을 지렛대로 삼은 갭투자 물량이 상당 부분 시장에 풀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이어 “내년에도 3년 연속 입주 물량 증가세가 지속되는데다 매매시장에 비해 주택 거래 위축 등에 더욱 민감한 전세시장이 약세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