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주택시장]10년만에 주저앉은 서울 아파트 전셋값

전세시장 '우상향 전망' 빗나가
올초 집값 급등하자 갭투자 열풍
세입자도 냊집마련 늘며 물건 쌓여
  • 등록 2018-12-28 오전 4:33:02

    수정 2018-12-28 오전 4:33:02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올해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 전환할 전망이다. 입주 물량이 폭탄 격으로 쏟아진 것이 전셋값을 끌어내린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지난 9·13 부동산 대책이 나오기 이전까지 과열 양상을 보이던 주택 매매시장에 진입하려던 기존 전세 수요자들의 증가와,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매입) 열풍에 따른 전세 물건이 시장에 쌓이면서 전셋값 하방 압력을 가속화했다.

내년에도 서울을 중심으로 대규모 입주 물량이 예정된 만큼 전세시장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4일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55%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택시장이 얼어붙은 지난 2008년(-1.75%) 이후 첫 하락 전환이다. 연말까지 한주 밖에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이달 현재 전셋값 수준은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22.41%) 이후 최저치다.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전셋값도 2.94% 내리며 2008년(-0.43)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올해 서울 등 수도권 전세시장은 한마디로 ‘물량 앞에 장사가 없다’는 말로 귀결된다. 정부의 강력한 대출·세제 규제로 집을 사기보다는 전세로 눌러앉은 수요가 많아져 전셋값이 우상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수요를 압도하는 공급 물량이 이를 상쇄시켰다는 분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입주 물량은 3만6596가구(예정 포함)로 지난해(2만7906가구)보다 31.1% 급증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도 17만5313가구에서 22만5778가구로 28.7% 증가했다. 전국 입주 물량이 45만3932가구로 전년 대비 17%가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서울 등 수도권 입주 물량 증가세가 더욱 가팔랐다.

올 가을까지 상승과 급등을 반복했던 주택 매매시장에 편승하려는 신규 매수자들이 늘어난 점도 서울 전셋값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서울 집값이 활황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역대 최고치인 16만가구의 입주 폭탄이 쏟아진 경기도에서 비교적 싼 매물을 사려는 수요자들이 몰리는 ‘탈(脫)서울’ 현상이 가속화된 점도 한몫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전세시장은 매매시장처럼 미래 자본 이득에 대한 기대 없이 실거주 목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즉각적으로 반응해 시장 가격을 형성한다”며 “9·13 대책 이전 매매시장이 들끓자 무주택자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면서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는 현상이 강해지면서 전세 수요자들이 상당 부분 이탈했다”고 설명했다.

갭투자자의 증가와 금리 인상 영향도 전세 공급 물량이 늘어난 원인으로 지목된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시중 금리가 꾸준히 상승하는 상황에서 주택 소유자들 입장에서는 기존 월세를 전세로 돌리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주택시장 상승기에 전세보증금을 지렛대로 삼은 갭투자 물량이 상당 부분 시장에 풀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이어 “내년에도 3년 연속 입주 물량 증가세가 지속되는데다 매매시장에 비해 주택 거래 위축 등에 더욱 민감한 전세시장이 약세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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