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 따르면 최근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 조합원들 사이에서 높은 개발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초호화 단지를 짓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1일 국토교통부가 재건축 부담금 예상치(최고 8억4000만원·강남4구 평균 4억3900만원) 발표 이후 이 같은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은 준공 시점의 새 아파트 가격(조합원 분양가+일반분양가+소형 임대주택 가격)에서 재건축 추진위원회 설립일 당시 공시가격 및 개발비용, 정상 주택 가격 상승분(주변 시세 상승분) 등을 제한 금액이다. 다만 사업 기간이 10년 이상 지체된 곳은 예외적으로 입주 시점으로부터 10년 전 가격을 개발이익 최소 기산일로 잡아 부담금을 계산한다.
사업 방식에 따라 조합이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개발비용을 올리려는 곳들이 많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건축사무소 관계자는 “부담금을 계산하는 항목 중에서 조합이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 특화설계나 조합운영비, 공사비가 포함된 개발비용”이라며 “어차피 세금(부담금)으로 수천에서 수억원을 토해내느니 초호화 단지를 짓고 준공 이후 시세 차익을 노리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용산구 동부이촌동 ‘래미안 첼리투스’(옛 렉스아파트)는 2009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한강변 35층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초고층 설계가 가능했다. 조합원은 사업성을 고려해 가구 수를 무리하게 늘리는 대신 최고 56층의 랜드마크 단지로 재건축했다. 이 결과 2015년 7월 준공 후 아파트값은 수직 상승했다. 첼리투스 124㎡형 시세는 준공 당시 17억원대에서 이달 현재 30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치솟았다.
최고 50층 재건축 허가를 받은 잠실주공5단지는 내부 디자인 설계를 국내 최고 수준의 설계사인 토문건축에 맡겼으며, 외형 디자인은 국제현상공모로 세계 최고 건축 분야 전문가들에게 의뢰한 상태다. 오는 3월 30일 최종 설계안이 공개될 예정이다. 아 아파트 조합 관계자는 “이번 국제공모 최종 당선 건축사무소에 단지 주변 호텔 및 컨벤션시설, 공원, 문화시설, 수영장, 브릿지 등을 짓는 모든 공공·민간시설 설계권을 줄 예정”이라며 “공사비 증액 여부를 신경쓰지 않고 가장 창의적이고 멋진 외관을 만드는데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주거 품질을 높이기 위해 약 150억원을 들여 국제현상설계공모를 진행한 바 있다. 단지 설계를 맡은 희림종합건축사무소 관계자는 “조합 요구대로 최대한 심혈을 기울여서 다양한 외관 특화나 조경시설 등에 중점을 두고 설계안을 구상 중”이라며 “3~4월에는 설계안이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이 10년 이상 장기 지연된 재건축 조합은 재건축 아파트 준공시점을 조절해 부담금을 축소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반포주공1단지 3주구는 2012년과 2013년 공시지가가 1억원 이상 차이가 나서 준공 시점을 2022~2023년 중 어느 시점으로 잡느냐에 따라 초과이익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 부담금 줄이기 위해 공사비를 늘리거나, 일반분양가 및 준공 시점 조정 등 여러 변칙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는 적정 공사비 여부를 명확히 가려줄 통제 장치를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