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댈 게 로또뿐이라는 '불황의 역설'

  • 등록 2017-01-17 오전 6:00:00

    수정 2017-01-17 오전 6:00:00

불황이 사행심을 자극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로또 판매량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는 게 그것이다. 복권위원회는 어제 지난해 로또복권 판매가 금액으로 3조 5500억원, 판매량 기준 35억 5000 게임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판매량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이고, 판매액은 역대 2위라고 한다. 경기 침체로 서민들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는데 복권사업자만은 호황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로또 판매 사상 최대 기록은 반갑지 않다. 오랜 불황 탓에 월급는 빼고 모든 것이 다 올라 미래가 불안해지자 ‘한탕’에 기대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경기가 나쁠수록 술·담배와 함께 복권이 많이 팔린다는 ‘불황의 역설’이다. 2005년부터 2013년까지 2조원대에 머물렀던 로또 판매는 불경기가 깊어진 2014년 3조원대로 늘어나더니 2015년(6.8%), 2016년(9%) 연속 증가세다.

로또가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것이 없지는 않다. 판매액 중 당첨금과 수수료, 경비를 제외한 42%를 저소득계층 지원과 문화·예술·체육 진흥사업 등에 사용한다. 하지만 복권은 대개 서민들이 사기 마련이다. 정부가 해야 할 책무인 취약계층 주거안정이나 일자리 창출, 문화예술 진흥 등의 사업을 서민들 호주머니를 털어 해결하면서 생색을 내는 것은 결코 달가운 일이 아니다.

‘길 가다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보다도 낮은 814만 5060분의 1이라는 당첨 확률을 고려할 때 로또복권의 사행성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한탕주의는 잠시 희망에 그칠 뿐이다. 자칫 ‘대박 중독’에 빠져 삶이 더 망가질 우려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인생 역전’의 허황한 꿈에 젖어 연간 3조원 이상의 복권이 팔리는 사회는 결코 건강하다고 할 수 없다.

소비와 투자, 수출이 동시에 가라앉으며 올해 성장률이 2%대에 그칠 것이라고 한다. 실업자는 이미 100만명을 넘어섰고 가계부채 폭탄은 언제 터질지 불안한 상황이다. 중국·일본과의 외교 갈등,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대외 여건도 심상치 않다. 이래저래 로또에 기대는 이들이 더 늘어나게 생겼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조기 대선에 눈이 팔려 민생은 뒷전이니 참으로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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