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경기도 수원 영통구 매탄동 삼성디지털시티에서 만난 삼성전자 소속 한 직원은 요즘 수원사업장 내 분위기가 어떻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월급쟁이로서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연차를 다 쓸 수 있는 건 분명 행복한 일이지만 그 배경이 비용을 줄이기 위한 회사의 조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썩 달가운 일은 아니라는 게 내부 반응이다. 매년 이맘쯤 ‘권장휴가제’가 시행돼도 연차를 돈으로 받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올해는 그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며 푸념했다.
수원 삼성디지털시티의 긴장감은 지난 10월 삼성전자(005930)가 DMC연구소 연구원들을 현장부서로 재배치하는 등의 인사 작업을 진행하면서 고조됐다. DMC연구소 연구원 2000명 중 1500명이 다른 사업부로 배치되거나 퇴사했고 남은 500명은 서울 우면동에 새로 마련된 ‘서울 R&D캠퍼스’로 출근하고 있다. 수원에 근무하는 2만여명 가운데 10%에 해당하는 인원에 대한 깜짝 인사 조치는 직원들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172만㎡(52만평), 축구장 250개 규모인 삼성디지털시티에는 R&D뿐만 아니라 마케팅 등 다양한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VD사업부, 생활가전사업부, 무선사업부 등은 물론 삼성전기, 삼성SDI 등 계열사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마침 이날 디지털시티 안에서는 삼성전자 국내외 핵심 임원 400여명이 모여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었다. 내년 경영전략과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이 자리에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위기 대응 전략이 주요 논제로 다뤄지면서 비용 절감 등에 대한 아이디어 위주로 의견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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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포역 인근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확실히 단체 예약이 줄었다”며 “저녁 대신 점심에 부서 회식을 간단히 하는 추세인데 그 또한 많지는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우울한 분위기만 느껴지진 것은 아니다. 디지털시티 바로 옆에 자리한 한 대형마트에서는 평일 오후라고 하기엔 꽤 많은 인파가 장을 보고 있었다. 4~5명 그룹을 지어 장을 보러 온 젊은 직장인들부터 사이좋게 카트를 밀고 가는 중년 부부까지 다양한 부류의 손님들이었다. 삼성전자가 시행중인 자율 출퇴근제에 대해 ‘그림의 떡’이라는 볼멘소리도 적지 않지만 수원 시내의 또다른 풍경을 연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같은 날 오후 SK하이닉스(000660)의 이천공장 주변도 수원시내에서 목격했던 차분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연출됐다. 삼성디지털시티 주변 수원 영통구의 신시가지에 비하면 SK하이닉스 공장이 자리한 이천시 부발읍 아미리 일대는 개발이 덜 된 모습이었다. 정문에서 불과 300~400m 떨어진 위치에는 누군가 짓다만 건물이 방치된 채로 있어 을씨년스럽기도 했다.
이천공장 정문 건너편 구두수선방 주인은 “10년 넘게 이 자리에서 영업을 했는데 요즘 정문 앞 상권이 많이 죽었다”며 “지나다니는 유동인구가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오후 5시 30분부터 정문을 통해 퇴근 버스와 개인 차량, 직원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 서둘러 발걸음을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정문 앞에 대기하고 있던 10여대의 택시들은 눈 깜빡할 사이에 승객을 모두 태우고 자취를 감췄다.
이천공장에 근무하는 한 SK하이닉스 직원은 “금요일은 서울이나 지방으로 이동하는 직원들이 많아 저녁 약속을 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평일 주중에 회사 앞에 사람들이 북적이는 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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