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MWC와 방송통신 정부조직개편

  • 등록 2013-03-03 오전 10:59:47

    수정 2013-03-03 오후 6:37:42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일주일이 다 돼 가지만,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국정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뜨거운 감자는 미래창조과학부로 유료방송 정책을 넘기는 게 방송장악인가 여부다.

여당은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일자리를 만드는 창조경제가 가능하게 하려면 사회·문화적 가치가 적은 유료방송정책은 미래부로 이관해 산업진흥을 이뤄야 한다고 하지만, 야당은 유료방송 등의 이관은 미디어의 숨통을 정부가 쥐고 방송을 통제하겠다는 의도와 다르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방송정책은 여야 합의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에 남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방송이 뭐기에 이토록 첨예하게 다투는 걸까.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 전시회인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서는 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고정관념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줬다.

전통적으로 통신은 일대일(1:1)의 의사교환 수단이었고, 방송은 일대다(1:N)의 의사전달 수단이었다. 하지만, 여러 사람과 실시간 정보공유가 가능한 스마트폰 가입자가 32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상황이 변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미디어를 수용하지 않는 똑똑한 시청자 시대가 열린 것이다. MWC에서는 최신 기능으로 무장한 풀 HD 패블릿(스마트폰+태블릿PC)들이 전시돼 마음을 사로잡았다.

기술적으로도 방송과 통신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있다. KT(030200)삼성전자(005930), 보다폰과 에릭슨은 칩 개발업체 퀄컴과 제휴해 통신망(LTE망)으로 제공되는 방송 서비스를 시연했다. 이 기술은 기지국에 100명의 방송 콘텐츠 이용자가 있을 때 동일한 데이터를 100번 전송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1번의 데이터 전송으로 한꺼번에 다수 가입자에 서비스하는 기술이다. 아직은 스포츠경기장이나 콘서트 등 일부 제한된 지역에서만 쓸 수 있지만, 통신망에서 방송 식의 전송기술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놀라울 따름이다.

미디어 수용자의 태도에서도, 기술에서도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게 올해 MWC의 교훈이었다.

그러나 현지에서 만난 전문가들의 해석은 달랐다. 야권 추천 위원인 김충식 방통위 부위원장은 “기술이, 산업이 방송이란 가치를 먹을 수 있다”고 우려했고, 이석채 KT 회장은 “내용규제와 공영방송에 대한 거버넌스 정도가 방송정책”이라며 “기술을 위원회에서 하겠다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문방위 여야 국회의원들도 전시 기업 격려차 MWC를 찾았다. 그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콘텐츠의 디지털 유통이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대세가 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대한민국이 어떤 식으로 정부 조직을 개편하느냐와 관계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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