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와 열정 있다면 할리우드선 OK”

아카데미 4관왕 ''디파티드'' 제작 참여 재미교포 2세 로이 리
잘나가던 변호사 생활도 접고 문전박대당하며 제2의 인생 개척
한국영화 美國시장서 성공하려면 능력있는 배급사와 손잡아야
  • 등록 2007-03-03 오전 10:34:45

    수정 2007-03-03 오전 10:34:45

[조선일보 제공] “시상식이 겨우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확실히 할리우드 프로듀서나 배우들의 대접이 달라지네요. 리오(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윌리엄 모나한(‘디파티드’ 시나리오 작가·각색상 수상) 콤비가 다시 우리와 새 프로젝트를 하기로 확정했습니다. 역시 오스카 덕을 입었다고 봐야겠죠?”

로스앤젤레스 베벌리 힐스에 자리 잡은 영화사 ‘버티고(Vertigo) 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대표 프로듀서 로이 리(38)를 만났다. 경찰에 잠입한 조폭, 조폭이 된 경찰의 운명을 그린 홍콩 누아르(범죄를 소재로 한 영화) ‘무간도’의 판권을 사들여 올해 아카데미 4관왕인 ‘디파티드’(감독 마틴 스콜세지)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중개한 그는 할리우드의 ‘아시아 영화 리메이크의 킹’(버라이어티지(誌))으로 불린다.

사안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로이 리의 리메이크(remake·이미 있는 영화나 음악 드라마 등을 새롭게 다시 만드는 것)는 단순히 판권을 사서 넘기는 수준을 넘어선다. 한 영화를 선택하면 할리우드의 1급 시나리오 작가에게 각색을 맡기고, 그때 나온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배급사·감독·배우와 리메이크 계약조건을 협의한다. 그에게 ‘리메이크’는 영화를 다시 한 번 ‘우려먹는’ 것이 아니라 관객 취향에 맞게 ‘부활’시키는 작업이다.

▲ 로이 리 사무실에 걸린‘디파티드’포스터에는 1억 달러(약 900억 원)가 아라비아 숫자로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그는“흥행수입 1억 달러는 할리우드에서‘대박’의 기준”이라면서“우리가 리메이크하는 모든 영화가 잘 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적어 넣었다”고 했다.

―‘디파티드’가 작품상을 받는 순간 어떤 느낌이었나요.

“아내와 함께 시상식이 열리는 코닥극장 객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순간 가슴에서 뭔가가 치밀어 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정말 행복했어요. 변호사 그만둔 걸 속상해 하시던 어머니도 이번에는 축하한다고 먼저 전화를 주셨더라고요.”

―로스쿨 출신의 잘나가는 변호사를 하다가 안정적인 직업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변호사 업무는 하루 종일 각종 서류와 씨름하는 일입니다. 매일 밤 학교 숙제를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할리우드는 자신의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곳이란 게 매력이었죠.”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다시 계약을 했다고요?

“(2월 27일자 미국 할리우드리포터지를 보여주며) 최근 홍콩에서 개봉한 양조위·금성무 주연의 ‘상성’(傷城·confession of pain)의 리메이크입니다. 수상 덕분에 급속도로 빨라졌어요. 톱스타 작가·감독은 통화도 어려웠는데, 이제는 먼저 전화를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리메이크는 창작이 아니라고 비아냥하는데.

“소설, 만화, 뮤지컬 등 영화의 대부분이 원작이 있습니다. 관객이 관심을 갖는 건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 아닌가요.”

―2001년에 버티고 엔터테인먼트를 시작했을 때는 어땠나요.

“뭐, 당연히 문전박대죠. 무작정 비디오테이프를 들고 찾아가 봐달라고 조르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그러다가 2002년 일본 공포영화 ‘링’의 리메이크가 대박(전 세계 흥행 수입 2억5000만달러)을 터뜨리면서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다음부터는 먼저 좋은 작품 없냐고 연락들을 하더라고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힘들다고나 할 수 있지요. 지금 30개 정도의 시나리오 작업을 동시에 진행 중이거든요.”

―‘디파티드’는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원래는 브래드 피트가 지금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역할을 하려고 했었습니다. 스케줄이 안 맞아서 바뀌었죠. 대신 피트는 제작자로 참여했습니다. 윌리엄 모나한이 쓴 각색 시나리오를 스코세지 감독이 OK하면서 진척 속도가 빨라졌죠.”

―아시아 각국의 수많은 영화사에서 당신에게 작품을 보내옵니다.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무엇입니까.

“이 영화가 영어로 제작됐을 때 (평균적인 미국인인) 내가 극장에 가서 보고 싶을까 그렇지 않을까 하는 것.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어떤 이야기냐’ 하는 것이고요.”

―많은 한국 영화를 리메이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결정한 작품이 있나요.

“송해성 감독의 ‘파이란’이 거의 최종 계약 단계까지 왔습니다.”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당신이 한국 영화를 판단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영어로 번역된 작품을 보니까 큰 불편은 없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도움을 많이 줍니다. 한국인이거든요. 5년 전 프랑스 소르본대학에서 유학 중인 아내와 만나 결혼했는데, 한국 감독과 작품을 저보다 많이 압니다.”

―한국어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나요.

“엄마한테서 한국어를 배운 애들이 제게 뭘 묻는데 대답을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애들과 대화하기 위해서라도 요즘은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의 미국시장 진출은 숙원 중의 하나입니다. 도움말을 줄 수 있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미국의 능력있는 배급사와 손잡는 겁니다. 진입 장벽이 너무나 두꺼운 시장이거든요. 미국에서 많은 한국 영화가 개봉했지만 개봉했는지조차도 모르고 지나간 영화가 많았습니다.”

―혹시 피부색 때문에 할리우드에서 차별받아 본 경험은 없습니까.

“할리우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가죠. 결과도 마찬가지고요. 차별 대우? 전혀.”

―영화산업은 그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로또산업’으로도 불립니다. 혹시라도 실패한다면 변호사 그만둔 걸 후회하지 않을까요.

“전혀요. 만일 그렇다면 난 또 다른 직업을 찾을 겁니다. 자랑 같지만 나는 어떤 일을 하기로 결심하면 정말 열심히 하니까요. 그리고 난 누구라도 어떤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기만 한다면 일정 부분의 성공은 이룰 수 있다고 믿습니다.”

로이 리는

일 중독자다. 영화 제작 이외에 쓰는 시간이 아까워서 쇼핑도 한자리에서 몰아서 하고 밥도 거의 같은 식당에만 갈 정도다. 지금까지 일본 영화 ‘링’, 홍콩 영화 ‘무간도’, 한국 영화 ‘시월애’ 등 8편을 리메이크해 대성공을 거뒀고, ‘마이 새시 걸’(My Sassy Girl·원제 ‘엽기적인 그녀’) 등 20여 작품을 제작 중이다. 샌드라 불럭 주연의 ‘레이크 하우스’는 이현승 감독의 ‘시월애’(전지현 이정재)의 리메이크작. ‘중독’ ‘괴물’ 등의 리메이크를 준비 중이다.

뉴욕으로 이민 간 의사 아버지와 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1969년 태어났다. 조지워싱턴대(정치학)와 아메리칸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됐지만 이내 그 일이 “지겨워졌다”. 창의적인 일을 찾아 혈혈단신 할리우드로 떠났고, 2001년 친구 더그 데이비슨과 ‘버티고 엔터테인먼트’를 차렸다. 처음 4명이던 직원이 지금은 6명이니 사실상 비슷한 수준이지만 매출 규모는 10배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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