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美 금리 인상 끝에 가까워져…환율 걱정 덜 한다"

IIF 대담 참석…"유가, 인플레 및 통화정책 위협"
"인플레 통제되고 있다고 결론 못 내린다"
"韓 인구구조 심각한 변화, 중립금리 내려갈 것"
글로벌 중립금리 변화가 韓에 미치는 영향 살펴봐야
中수출 부진 원인은 높아진 中 기업 경쟁력
  • 등록 2023-10-13 오전 3:11:49

    수정 2023-10-13 오전 7:53:06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정책금리 인상의 끝이 가까워졌다며 이전보다 원·달러 환율 걱정을 덜한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현지시간) G20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및 IMF-WBG 합동 연차총회가 열리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국제금융협회(IIF)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IIF대담 영상 갈무리)
이 총재는 이날 G20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및 IMF-WBG 합동 연차총회가 열리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국제금융협회(IIF) 대담에 참석해 “미국 금리 인상이 끝에 가까워진 것 같다”며 “선진국 통화정책이 작년보단 덜 동조화될 것으로 생각하기에 환율 부분에 대한 걱정이 조금 덜 하다”고 말했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통제되고 있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성급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 전쟁이 발발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중동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하는 것은 정말 시기상조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유가는 우리나라의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우리나라 인플레이션은 작년 7월 6.3%로 정점을 찍고, 2.3%까지 빠르게 하락했다”며 “두달 전쯤 유가 상승으로 다시 올랐지만 연말까지 3%대 초반으로 내려갔다가 내년 말엔 목표치인 2%에 수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기존 전망을 재확인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데 있어서 중립금리의 향방이 가장 중요한 시사점이 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인구구조 변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인구 고령화로 잠재적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자연스럽게 하락할 것이고, 중립금리는 내려갈 수 있다. 글로벌 중립금리가 우리나라 중립금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살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해선 시장 컨센서스가 4.5%이고 한국은행은 5.0%로 보고 있어 차이가 있지만 대중 특수를 누리던 시대가 지나가고 있기 때문에 세계화 재편에 따른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탈중국화’ 흐름과 관련해 ‘탈세계화’가 아닌, ‘재세계화(re-globalization)’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여전히 세계의 소비 중심지로 남아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이 총재는 “대(對)중국 수출도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영역에 있다”며 “중국 수출이 부진한 이유 중 하나는 중국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난 15년간 우리나라 기업들은 중국의 빠른 성장의 혜택을 누리면서 상대적으로 안주했다”며 “중국 기업이 곧 따라잡을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현지시간) G20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및 IMF-WBG 합동 연차총회가 열리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국제금융협회(IIF) 대담에 참석했다.(사진=IIF대담 영상 갈무리)
이 총재는 우리나라 경제에 좋은 소식이 있다고도 전했다. 그는 “반도체 사이클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 좋은 소식”이라며 “가격이 저점을 찍었고, 수출 물량도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 총재는 최근 청사진을 발표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관련해 미국과 유럽보다 먼저 시스템을 도입할 생각이 없다고도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어떤 플랫폼이 가장 좋은지 섣불리 결론을 내리고 싶지 않다”며 “미국과 유럽에서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면 우리는 그들을 따라야 한다. 현재로선 선두주자의 실익이 없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작년 모의실험 결과 우리나라처럼 지급결제 시스템이 발달한 나라에선 리테일 CBDC의 효용성이 제한적”이라며 “예금토큰과 관련된 홀세일(기관) CBDC를 국제결제은행(BIS)과 함께 연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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