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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원 아래서 안정되던 원·달러 환율이 이달 초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건 중국과 미국발(發) 악재로 원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올 초 달러당 6.7위안 수준이던 달러·위안 환율이 지난 17일 장중 7.3위안을 넘어서는 등 위안화 약세가 심화하자 이에 동조해 원화도 하락하며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발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중국의 부동산 기업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더해진 게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상승 압력을 받으며 1400원에 근접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상당 기간 지속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환율 수혜주인 의류 OEM 기업의 주가는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이달 중순 고점을 찍고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영원무역(111770)은 이날 5만4700원에 거래를 마쳐 지난 14일 대비 9.74%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한세실업(105630)도 1만9330원으로 4.78% 빠지는 등 최근 원·달러 환율 추이와 정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미국의 의류 소비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의 대표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스를 포함해 최대 신발 잡화점인 풋락커, 스포츠용품 체인인 딕스 스포팅 굿즈는 2분기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성적표를 받았다. 고물가에 미국 소비자들이 의류 등 소비재 지출에 지갑을 닫고 있어서다. 오는 10월에는 학자금 대출 상환이 재개돼 미국 소비자 지출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서 우위를 보이는 한세실업이 영원무역에 비해 재고축적 모멘텀이 강할 것으로 전망한다.
형권훈 SK증권 연구원은 “한세실업은 의류 업체 갭(GAP)과 대형 쇼핑몰 타겟(TARGET) 등 재고가 상대적으로 건전한 소매업체를 주요 바이어로 두고 있고, 바이어의 본격적인 재고조정 시작 시점이 작년 4분기로 상대적으로 빨라 기저부담이 적다”면서 “올 하반기에는 영원무역에 비해 실적 턴어라운드 강도가 상대적으로 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