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 입는다더니…美 의류 소비 부진에 지지부진한 의류 OEM주

G2 경기침체 가능성…원·달러 환율 1400원대 근접할 듯
美 고물가에 닫히는 지갑…10월 학자금 대출 상환도 재개
3분기가지 재고 판매 집중…4분기에 재고 확보 나설 전망
경기침체 반영…"가성비 고객사 둔 한세실업, 영원무역보다 회복세 강해"
  • 등록 2023-08-29 오전 5:50:00

    수정 2023-08-29 오전 5:50:00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환율 수혜주에 이름을 올렸던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관련 종목이 맥을 못 추고 있다. 2분기 영업이익이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소비가 둔화하고 있는 데다, 글로벌 경제를 견인하는 주요 2개국 중 하나인 중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까지 대두하면서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28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23.40원으로 마감했다. 전 거래일 대비 1.8원 소폭 하락한 수준이지만, 한 달 전(7월28일)과 비교하면 45.4원 올랐다. 앞서 지난 17일에는 1343원까지 치솟으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1300원 아래서 안정되던 원·달러 환율이 이달 초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건 중국과 미국발(發) 악재로 원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올 초 달러당 6.7위안 수준이던 달러·위안 환율이 지난 17일 장중 7.3위안을 넘어서는 등 위안화 약세가 심화하자 이에 동조해 원화도 하락하며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발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중국의 부동산 기업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더해진 게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상승 압력을 받으며 1400원에 근접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상당 기간 지속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자국 경기 위축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로 사용되는 대출우대금리(LPR)도 내릴 방침이라 위안화 약세가 좀 더 이어질 수 있는데, 이때 원·달러 환율도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환율 수혜주인 의류 OEM 기업의 주가는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이달 중순 고점을 찍고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영원무역(111770)은 이날 5만4700원에 거래를 마쳐 지난 14일 대비 9.74%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한세실업(105630)도 1만9330원으로 4.78% 빠지는 등 최근 원·달러 환율 추이와 정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미국의 의류 소비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의 대표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스를 포함해 최대 신발 잡화점인 풋락커, 스포츠용품 체인인 딕스 스포팅 굿즈는 2분기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성적표를 받았다. 고물가에 미국 소비자들이 의류 등 소비재 지출에 지갑을 닫고 있어서다. 오는 10월에는 학자금 대출 상환이 재개돼 미국 소비자 지출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국내 OEM 기업들은 오는 4분기에서야 미국 소매업체에서 신규 주문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매업체들이 3분기까지는 창고에 쌓인 옷 판매에 집중하고, 4분기부터 재고 재축적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가 역시 3분기에 저점을 통과하며 서서히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서 우위를 보이는 한세실업이 영원무역에 비해 재고축적 모멘텀이 강할 것으로 전망한다.

형권훈 SK증권 연구원은 “한세실업은 의류 업체 갭(GAP)과 대형 쇼핑몰 타겟(TARGET) 등 재고가 상대적으로 건전한 소매업체를 주요 바이어로 두고 있고, 바이어의 본격적인 재고조정 시작 시점이 작년 4분기로 상대적으로 빨라 기저부담이 적다”면서 “올 하반기에는 영원무역에 비해 실적 턴어라운드 강도가 상대적으로 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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