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전기요금 무서워서 에어컨 안 튼다는 것도 옛말이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과 후텁지근한 날씨 때문에 실내 곳곳은 에어컨 풀가동이다. 그런데 우리는 더위를 피해 들른 카페에서 아이스커피를 마시다가 종종 한기를 느낄 때가 있다. 이는 우리 몸의 이상 신호로 특히 냉방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냉방병은 과도한 냉방으로 발생하는 우리 신체의 다양한 이상 증상을 모두 일컫는 말이다. 가벼운 감기, 두통, 몸살, 복통, 설사,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주된 원인은 자율신경계의 기능 저하다. 실내외 온도 차가 5~8도 이상 되는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 혈관의 급속한 수축과 함께 혈액 순환 및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발생하여 냉방병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냉기를 유지하고자 에어컨을 틀고 환기를 장시간 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인데, 이는 두통과 눈, 코, 목 부위 따가움과 어지러움, 피로감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냉방병 증상이 심하거나 오래 지속될 경우에는 ‘레지오넬라(Legionella)’ 균 감염일 가능성도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청결하지 못한 냉방기기를 통해 주로 감염되어 폐렴 또는 독감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데, 면역 기능이 약화된 사람에게 잘 나타난다.
냉방병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내온도를 조절이 중요하다. 온도의 변화에 대한 신체 조절 능력은 5℃ 내외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실내외의 온도차를 5℃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으며, 아무리 더워도 그 차이가 8℃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냉방기기의 찬 공기가 신체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한다. 영화관이나 카페 등 장시간 에어컨이 가동되는 곳에 들를 경우에는 일정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 긴소매 옷 또는 담요 등을 미리 챙겨놓는 것이 좋다.
최소 2∼4시간마다 5분 이상 창문을 열어 실내외 공기가 환기되도록 해야 하며 틈틈이 맨손체조와 가벼운 근육운동을 통해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는 것도 냉방병 예방에 효과적이다. 또한, 주기적인 점검과 청소를 통해 에어컨 청결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박주현 교수는 “냉방병은 증상이 경미한 경우에는 에어컨 사용을 자제하고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을 취하면 자연스레 호전되지만 고열, 기침, 근육통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증상이 지속된다면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냉방병은 면역 기능이 약화되었을 때 특히 주의해야 하는데,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꾸준한 운동과 규칙적인 수면, 건전한 식습관 등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