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당국의 미래학교 사업을 보며 문득 메시지보다 화자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40년 이상 된 학교건물을 리모델링하는 사업이라는데 학부모들은 이를 믿으려하지 않는다. 심지어 혁신학교를 늘리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갖고 있다.
사실 혁신학교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2009년 도입 당시만 해도 토론·체험 중심의 수업은 교육현장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주변 집값도 덩달아 올라 서울시교육청이 혁신학교 때문에 인근 집값이 오른 게 아니라는 해명자료를 냈을 정도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전국적으로 진보교육감이 수장을 차지한 교육청이 늘고, 혁신학교 수도 증가하면서 점차 차별성이 사라졌다. 지금은 혁신학교에 입학하면 명문대 진학은 물 건너갔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2016년 교육부 평가에서 혁신학교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11.9%)이 고교 평균(4.5%)보다 2배 이상 높게 나와서다.
항상 표 계산이 깔린 교육정책이 문제다. 교육감 선거도 2007년부터 직선제가 도입되면서 후보들 역시 정치인처럼 사고를 하게 됐다. 이들이 내세우는 교육공약의 근저에는 ‘학생’보단 ‘표 계산’이 깔려있다.
안타까운 것은 정권 교체 시마다 교육정책이 요동친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권 시절 우후죽순 불어난 자사고는 현재 구조조정을 겪고 있다. 한때 서울에서만 27개에 달했던 자사고는 이제 18곳만 남게 됐다.
사실 교육문제 만큼 정치인들의 구미에 맞는 분야도 없다. 조금만 바꿔도 워낙 파급효과가 크기에 연속성보다는 변화를 추구한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은 늘 실험쥐 신세를 면치 못한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했다. 제발 정치인·교육감후보들에게 읍소하고 싶다. 교육개혁을 하고 싶다면 장기적인 안목에서 수십 년 이상 지속될 정책을 제시하길 바란다. 학생들을 위해 옳은 길을 심사숙고해서 개혁이든 혁신이든 추진했으면 한다. 더 이상 개혁이란 이름으로 학생들을 실험쥐로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