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좌관이다]한보협 회장 “우린 단명하는 직업…충전시간 간절”

정갑윤 의원실 고광철 보좌관 인터뷰
“패스트트랙 때 고발당한 보좌진, 전과자될라 걱정”
“52시간 근로? 법을 만들 뿐, 지키진 못해”
“파리목숨 신세…사전면직제도 법제화 원해”
  • 등록 2019-06-28 오전 5:00:00

    수정 2019-06-28 오전 5:00:00

고광철 한국당보좌진협회 회장(사진=한보협 제공)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보좌관은 단명하는 직업이라고 우리끼리 얘기한다.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여기 오래 있으면 50대 초반에 죽을 것 같다고들 한다.”

국회에서만 15년을 보낸 고광철 자유한국당보좌진협회 회장이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한 보좌진의 삶은 이렇다. 최근 한 드라마의 캐치프레이즈처럼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로 새삼 주목받고 있지만, 강도 높은 업무량과 스트레스로 병을 얻은 이들도 여럿 봤다고 했다.

특히 2017년 정권교체로 한국당이 야당이 되면서, 당 보좌진의 위상도 달라졌다고 그는 설명했다. 고 회장은 “정부부처 사람들이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다”며 “여당 다선인 방엔 부처 국장급이 먼저 찾아와 필요한 걸 묻지만, 야당이 되니 사무관도 우리 말을 안 듣는다”고 했다.

한국당 보좌진은 지난 4월 선거제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정국에서 ‘총알받이’ 논란에 싸이기도 했다. 실제로 보좌진 5명은 더불어민주당 등 다른 당으로부터 국회법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 회장은 “의원을 보호해야 하는 입장에서, 또 선거법의 패스트트랙을 막아야 한단 공감대 속에서 보좌진들이 현장에 갔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고발당한 보좌진이 벌금형이라도 받게 되면 전과자가 된다. 국회를 떠나 이직할 때 애로를 겪을 수밖에 없다”며 “보좌진들은 정치적으로 풀어줬으면 하는 바람이고 이를 여당에도 전달했다”고 했다.

어찌보면 ‘보좌진은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지, 지키는 사람들은 아니다’라는 자조 섞인 한탄과도 맥이 닿는 부분이다. 이 한탄은 국회법 외에 근로기준법 등에도 적용된다. 고 회장은 “정치적 사명감을 갖고 과중한 업무를 견디고 있을 뿐, 근로시간 52시간 같은 법을 우린 지킬 수가 없다”며 “전화를 놓치는 걸 싫어하는 의원을 모시는 보좌진은 사우나 갈 때도 휴대폰을 들고 간다”고 토로했다.

보좌진들이 바라는 건 ‘충전을 위한 쉼’이다. 보태자면 ‘최소한의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다. 고 회장은 “최근엔 여비서들도 출산휴가를 보내주지만 예전엔 애 낳고 바로 출근했다. 인사권을 가진 의원이 바로 면직시킬 수 있잖나”라며 “‘손 없는 날’ 이사를 가는 건 꿈도 못꿨다”고 했다. 그는 “야근을 밥먹듯 하고 주말도 없는데 ‘멀 쉬어’라고 말하는 의원이 있다”며 “충전의 시간이 보장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똑똑하고 일 잘해도 실수 하나에 잘리는 사람들을 봤다. 파리목숨 아닌가”라며 “해고시엔 적어도 3개월 전에 알려줘 이직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사전면직제도 법제화도 보좌진들의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보협은 1990년대에 4급인 보좌관만이 참여하는 친목모임으로 시작했다. 2006년부턴 보좌진협의회로 넓히면서 9급 비서에 원하면 인턴까지 가입할 수 있다. 현재는 900여명이 이름을 올렸으며, 직급별로 다른 회비를 매달 납부하는 정식회원은 650여명이라고 한다.

한보협은 모은 회비를 보좌진간 친목모임이나 정치적 행사, 문화행사 등에 지원하고 출산장려금, 장학사업으로도 쓴다. 한보협의 18대 회장인 고광철 보좌관은 17대 국회 때에 이상배 당시 의원실 인턴으로 시작해 박대출, 정갑윤 의원실 등을 거치면서 4급 보좌관까지 올랐다. 한보협은 다음달 초 19대 회장을 선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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