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가 3조 5000억원을 투입해 2020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짓고 있는 이천 본사 내 M16 공장 건설 현장. [양희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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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이천=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SK하이닉스 M16 반도체 공장 증설 환영. SK하이닉스의 미래가 이천의 미래입니다!’
서울에서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자동차로 1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SK하이닉스 본사 정문 앞. 거대한 은빛 나비를 연상시키는 정문 주 출입구 길 건너편으로 이천 지역 단체 등이 내건 M16 공장 증설 축하 현수막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지난해 12월 26일 오전 10시께 본사 정문을 지나 100m가량 떨어진 약 300대 규모의 방문객 주차장으로 들어서자, 협력업체 및 공사 관계자 차량 등이 빼곡히 들어차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정문 바로 앞으로 보이는 M16공사 현장에는 터파기 등 기초공사를 위해 투입된 십여대의 대형 기중기들이 10m가 넘는 팔(Arm)을 하늘을 향해 뻗고 있었다. 영하 10도의 혹한 속에서 M16 공사장 옆에 있는 기존 M14공장은 반도체 고온 공정으로 생성되는 새하얀 수증기를 쉴새 없이 토해냈다. 이날 찾은 메모리 생산 및 증설 현장은 활기가 넘쳤고, 제조업 위기 속 가격 고점 논란 등 반도체 시장에 대한 우려는 찾아볼 수 없었다.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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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V 도입 등 최첨단 M16 공장…이천 캠퍼스 글로벌 R&D 두뇌 역할SK하이닉스는 지난해 12월 19일 이천 본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박성욱 SK그룹 ICT위원장,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M16 공장 기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했다. 이천 본사 내 5만 3000㎡(축구장 8.5개 넓이) 부지에 들어설 M16은 차세대 노광장비인 EUV(극자외선) 전용 공간이 따로 조성되는 등 최첨단 반도체 공장이다. 약 3조 5000억원이 투입돼 2020년 10월 완공될 예정이다.
이날 찾은 M16 공사 현장은 SK하이닉스 본사 정문에서 불과 100여m 떨어진 곳으로 콘크리트를 가득 실은 레미콘 차가 3~4대씩 줄지어 쉴 새 없이 내부를 오갔다. M16 공장 부지는 애초 사원 운동장과 셔틀버스 정류장, 공원 등으로 쓰던 곳으로 정문 바로 앞에 자리하고 있다. 이로인해 착공 이후 본사 내부 도로는 공사 차량과 회사 차량, 방문 차량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거북이 운행을 하고, 안전모를 쓴 공사 관계자들이 곳곳에 배치돼 원활한 차량 흐름 위한 유도 작업에 벌이고 있다. 오후 3시가 넘어서자 24시간 가동되는 M14 공장에서 교대근무를 마치고 나오는 직원들까지 쏟아지며 공사장 주변은 서울 명동 한복판을 방불케 할 정도로 활기를 띠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직원은 “M16가 첫 삽을 뜬 이후부턴 본사를 출입하는 차량이 너무 많아져 등록된 회사 차량 외에는 임원들도 자기 차를 갖고 내부로 들어오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천 캠퍼스 내부에는 M16 외에도 패키지 후(後)공정 공장과 R&D 연구동(R3)도 신·증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최첨단 생산 시설인 M16에 맞춰 함께 조성되는 이들 시설은 2019년 10월 완공될 예정으로 현재 뼈대 골조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M14에 이어 EUV가 포함된 최첨단 M16 공장이 새로 들어서면 이천 본사는 메모리 생산은 물론 글로벌 R&D기지로서 SK하이닉스의 두뇌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내에서 증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패키지 후(後)공정 공장. [양희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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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 모드’ 없는 반도체 산업…선제 투자가 유일한 해법SK하이닉스가 D램 등 메모리 값 하락과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중국의 시장 진입 등 불확실한 새해 전망 속에서도, M16 건설이란 과감한 선제 투자를 결정한 배경은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와 모빌리티(Mobility) 등 미래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2015년 8월 완공한 M14 공장을 통해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수혜를 고스란히 입은 경험도 밑거름이 됐다.
김형주 SK하이닉스 이천CPR 팀장은 “반도체 산업은 원래 ‘안정 모드’란 없고 늘 생존과 성장이 공존한다”며 “불과 3년 전인 2016년 1월, 당시 우리는 위기경영을 선언했고 그 시점까지도 그해 하반기부터 이어질 호황을 예상하지 못했다. 결국 M14 공장을 미리 지어 공급을 준비한 덕에 슈퍼사이클로 인한 수요 급증에 대처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팀장은 “인재 투자에서도 1월부터 이천 캠퍼스에 출근할 신입 사원만 1800명에 달하고 2018년 한해 3000명이 SK하이닉스에 입사했다”며 “연간 1000명 이상이 입사했던 경우가 과거엔 없었지만, 앞으론 기술 천장을 깨는 연구 개발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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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선제 투자의 효과는 M14 공장에서 검증됐다는게 이천 지역 내 평가다. M14로 이룬 사상 최대 실적 행진과 일자리 확대로 이천 본사 정문 앞엔 새로 지은 오피스텔이 대거 들어섰다. 최근 완공된 본사 인근의 49층 높이 고급주상복합아파트 ‘이천 롯데캐슬 골드스카이’는 SK하이닉스 직원들이 주로 입주해 ‘하이닉스 사원아파트’라 불릴 정도다.
이천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해당 아파트는 저층부에 대형 마트가 들어섰는데 입주민 중 SK하이닉스 직원이 워낙 많아, 휴일에도 마트에서 동료를 마주칠까봐 화장하고 장 보러 간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M16 증설로 인한 교통 인프라 개선 기대감도 크다. 이천 캠퍼스 주변에 새로 놓인 SK로(路)는 원래 소규모 농사용 도로였지만 몇년 전 M14 공장을 지으면서 SK하이닉스가 물류 도로로 건설해 기부채납, 주변 교통 흐름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는 평가다.
한편 SK하이닉스는 M16의 생산 제품 종류 및 규모는 향후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할 방침이다. 서울대 경제연구소는 M16 건설로 2026년까지 발생할 경제적 파급 효과가 생산유발 80조 2000억원, 부가가치 26조 2000억원, 고용 창출 34만 8000여명 등으로 예상했다.
| 이천 본사 내 R3 연구개발동 앞으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양희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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