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의 핵심 가치는 신뢰다. 믿을 수 있는 중앙기관의 집중 권위와 더불어 참여자 모두의 분산 합의도 신뢰라는 것이다. 신뢰가 문화에서 기술로 이전하는 결정적 전환점이 도래한 것이다.
암호화폐에는 이미 존재하던 몇 가지 기술들이 동원됐다. 우선 과거 싸이월드에서 사용하던 ‘도토리’ 혹은 리니지의 ‘아덴’ 등과 같은 가상통화 개념이 진화했다. 그리고 음악 공유인 소리바다와 냅스터, 파일 공유인 토렌토 등에서 활용된 P2P(peer to peer) 기술로 금융 기관을 거치지 않는 개인 간 직거래를 가능하게 했다. 여기에 한국의 공인인증서에 활용된 비대칭 암호화 기술로서 데이터는 공유하되 내용은 보안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그리고 전자서명 기술로 개인 간 거래를 증명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비잔틴 장군 딜레마’를 해결하는 게임 기술이 도입된다. P2P, 암호화와 전자서명, 게임기술의 도입으로 과거의 가상통화(Virtual-Currency)가 암호화폐(Crypto-Currency)로 진화한 것이다. 비트코인 등을 가상화폐가 아니라 암호화폐로 통칭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이러한 암호화폐 기술의 하이라이트이자 본원적 문제는 비잔틴 장군의 딜레마다. 초기 비트코인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PoW(Proof of Work, 작업증명)라는 엄청난 컴퓨팅 자원이 필요한 기술을 동원했으나 거래시간(10분)과 거래비용(1만 원 이상)이 일반 화폐로 사용하기에는 적절치 않았다. 단, 지금까지 입증된 안정성으로 금을 대체하는 역할을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비트코인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숱한 변종 코인(알트 코인)들이 등장했으나 대부분 미봉책에 불과한 형국이었다.
2017년 댄 라리머가 EOS(이더리움 OS)를, 전 이더리움 CEO인 찰스 호스킨슨이 에이다(ADA)를 제안하면서 3세대 암호화폐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3세대 암호화폐는 비잔틴 장군의 합의 기술 대안으로 위임형 지분증명인 DPoS를 활용해 0.5초의 거래 시간과 무상 거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의 제안이 제대로 구현된다면 실용 가능한 암호화폐의 등장도 기대된다.
암호화폐의 미래에는 앞서 말한 속도와 비용의 확장성 이외에도 코인 및 금융권과의 상호운용성, 개혁을 위한 지속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추가적인 걸림돌이 있다.
3세대 암호화폐는 거래소라는 중간 과정 없이 코인 교환과 은행 업무 연결을 위한 기능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작년에 발생한 비트코인의 분할 과정은 암호화폐의 미래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암호화폐 룰의 개혁은 필요하나, 정당하고 효율적인 암호화폐의 거버넌스 구조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제 막 거대한 진화를 시작한 암호화폐의 미래를 예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