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뮤지컬 '페스트' 오디션 현장 가다

카뮈 소설에 서태지 음악 입힌 대작
1000여명 응시…600명 오디션 22시간 치러
나이 경력 불문 자신의 끼 내보여
59:1 경쟁률…'될성 부른 떡잎' 누구
심사위원 5명 표정만으로 "들었다 놨다"
  • 등록 2015-08-31 오전 6:18:00

    수정 2015-08-31 오전 10:40:44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 사무동 지하 연습실에서 열린 뮤지컬 ‘페스트’ 오디션 현장. 한 지원자(오른쪽)가 총 5명의 심사위원 앞에서 노래를 선보이고 있다. 왼쪽은 박칼린 연출이 지원자를 응시하는 모습(사진=스포트라이트).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본인 번호를 호명하면 크게 대답하면서 앞으로 나와주시고 그동안 흘린 땀을 보여주세요.”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 사무동 지하연습실. 오디션 서류심사를 통과한 600여명의 지원자는 이름이 아닌 번호로 불렸다. 가슴팍에 큼지막한 번호표를 붙인 채 차례가 오면 곧바로 5명의 심사위원 앞에 섰다. 안무심사곡은 서태지 심포니 중 ‘죽음의 늪’. 1분여 동안 음악에 맞춰 1시간 전 숙지한 동작을 자신만의 느낌대로 선보이는 자리다. 응시생들은 땀으로 뒤범벅된 채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끼를 보여주기 위해 마치 실제 무대인 양 온힘을 다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나이는 물론 경력 불문. 다양한 인재를 뽑겠다고 선언한 이곳은 바로 뮤지컬 ‘페스트’의 오디션 현장이다. ‘페스트’는 가수 서태지의 음악을 소재로 한 창작뮤지컬로 공연제작사 스포트라이트에서 2011년부터 4년여에 걸쳐 준비한 대작이다.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의 동명소설을 현대적으로 각색했다. 오디션에는 1000명이 넘는 도전자가 응시했다. 예상배역은 앙상블 10명, 주·조연급 7명 정도. 경쟁률이 59대 1인 셈이다.

25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 사무동 지하 연습실에서 열린 뮤지컬 ‘페스트’ 오디션 현장. 서류 전형을 통과한 지원자들이 심사위원 앞에서 춤을 추고 있다(사진=스포트라이트).


△“박칼린 연출 눈도장 받자”…지원자 땀 범벅

5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 희비는 엇갈렸다. 이틀간 매일 오전조(오전 9시부터 오후 5시)와 오후조(오후 6시부터 9시)로 나눠 꼬박 22시간 치른 오디션 현장에는 탈락자가 속출했다. 심사위원은 총 5명. 이번 작품에 연출을 맡은 박칼린을 필두로 음악감독 김성수, 안무가 김윤규, 김민석 스포트라이트 대표, 책임프로듀서 송경옥 스포트라이트 이사가 매의 눈으로 지원자를 가려냈다.

먼저 치른 안무심사의 합격자가 바로 호명됐다. 박칼린 연출은 “기본이 돼야 한다. 음정·박자·훈련이 돼 있어야 하고 몸을 쓸 줄 알아야 한다. 집중력도 필수”라며 심사기준에 대해 설명했다.

박칼린 연출이 안무 심사에 앞서 지원자 각자의 끼를 발산할 수 있도록 응원·격려하고 있다(사진=스포트라이트).
합격자에 한해 곧바로 노래실기가 이어졌다. 새로운 인물찾기를 위해 심사위원들의 눈과 귀도 동시에 바빠졌다. 노래는 자유곡. 남자 지원자의 경우 10명 중 7명이 뮤지컬넘버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불렀다. 짧은 시간에 호소력 짙은 발성을 선보이기 위해 높은 음역대의 강한 음악을 선택한 것. 신인부터 뮤지컬 배우 10년차까지. 심사위원들은 표정과 제스처만으로 지원자를 들었다 놨다. 음정과 박자는 물론 자세까지 꼼꼼히 살폈다.

152번(최윤우·26) 지원자는 뮤지컬 배우 5년차다. 그는 “1년에 오디션을 100번 정도 본다. 이젠 일상이다. 마음을 비우지만 솔직히 기대는 한다. 작품을 따지지 않는 게 배우지만 이번 작품은 서태지 음악이고, 소설 ‘페스트’와 어떻게 접목할지 궁금해 욕심이 났다”며 지원 이유를 밝혔다.

휴학 후 작년부터 오디션을 보고 있다는 168번(김병천·22) 지원자는 이번이 6번째다. 그는 “오디션 중 실수를 했다. 긴장한 탓에 박자를 잘못 맞췄다”며 아쉬워했다. 180번(김민경·25) 지원자는 “박칼린 연출의 작품이라 지원하게 됐다”며 “작년 ‘위키드’ 오디션 이후 생애 두 번째 오디션인데 결과는 모르겠다. 열심히 했다”고 환하게 웃었다.

△“기본 안된 지원자 안 뽑아…새 인물 찾을 것”

‘페스트’는 ‘너에게’ ‘발해를 꿈꾸며’(1993), ‘컴백홈’(1995) 등 서태지 음악인생 20년을 관통한 음악으로 만들어질 주크박스뮤지컬. 총 2막에 걸쳐 20여곡을 사용할 예정이다. 제작 초기부터 공연계 안팎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은 내년 7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초연한다. 스포트라이트 측은 “서태지는 오디션이나 구체적 무대 작업 등을 전문가에게 다 맡겼다”며 “처음에 대본·편곡작업만 감수했다”고 말했다.

뮤지컬 ‘페스트’의 곡 원작자 서태지
이번 오디션 최종 결과는 9월 중 발표할 계획. 심사위원 각자 눈여겨본 지원자를 공유하고 회의를 거쳐 합격자를 뽑게 된다. 단 마땅한 인물이 없으면 2차 오디션을 실시할 수도 있다고 했다. 박 연출은 “뽑을 인원을 정확히 확정하지 않았다. 오디션을 보다가 특이한 캐릭터의 지원자가 있으면 없던 배역이 생기기도 한다”며 “이것이 창작품의 묘미”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안 뽑는 지원자는 따로 있을까. 박 연출은 “매번 하는 일이 오디션이다. 노래하는 거 보면 어떤 사람인지 척 아는데 겉멋 들고 혼자 잘났다는 사람은 절대 안 뽑는다”며 “우리에겐 같이 갈 인물이 필요하다. 대충 훑으면 안다”고 귀띔했다. 또 끼워넣기 식 섭외 배역은 절대 안 한다고 못 박았다. “오디션은 새 배우가 작품에 얼마나 잘 맞는지, 또 기존 배우라면 얼마나 성장했는지, 작품을 끌고 갈 수 있는 역량은 갖췄는지를 확인하는 자리다. 섭외로 판을 짤 수는 없다.”

현재 ‘페스트’는 대본을 마무리하는 단계란다. “스태프는 구성했다. 전체 그림을 디자이너와 협의 중이다. 서태지 음악이 갖는 스타일과 형식이 전형적인 뮤지컬과 달라 뮤지컬 140년사에 걸친 기법을 역행하는 기분이다. 하지만 기존 뮤지컬이 못한 것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판단은 전적으로 관객 몫이다.”

뮤지컬 ‘페스트’ 오디션에서 서류 전형을 통과한 지원자들이 안무 심사를 받고 있다(사진=스포트라이트).
2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 사무동 지하 연습실에서 열린 뮤지컬 ‘페스트’ 오디션 현장에서 심사위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스포트라이트).
25일 뮤지컬 ‘페스트’ 오디션 현장에서 심사위원들이 지원자들을 응시하고 있다. 김민석 스포트라이트 대표(왼쪽부터), 책임 프로듀서를 맡은 송경옥 스포트라이트 이사, 박칼린 연출(사진=스포트라이트).
25일 뮤지컬 ‘페스트’ 오디션 현장에서 안무 심사를 통과한 한 지원자가 심사위원들 앞에서 노래를 하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사진=스포트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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