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혹 남긴 ‘성완종 리스트’ 수사 발표

  • 등록 2015-07-03 오전 3:00:00

    수정 2015-07-03 오전 3:00:00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제공 의혹 중간수사 결과가 발표됐지만 의혹은 거의 해소되지 못했다. 당초 의혹이 제기됐던 8명의 대상자 가운데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에 대해서만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가 드러나 불구속 기소됐을 뿐이다. 지난 4월 검찰 수사팀이 꾸려져 본격 수사에 들어간 지 80여일 만에 내놓은 실적은 이렇듯 초라하다.

물론 수사의 단초가 됐던 ‘성완종 리스트’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은 아니다. 리스트를 남긴 성 전 회장의 의도가 순수하거나 정의롭다고 여기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죽음을 결행하며 마지막으로 남긴 명단이라면 단순한 메모 쪽지에 불과할망정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사연이 있을 것이라는 게 일반의 공통된 생각이다.

더욱이 문제의 메모에는 금액까지 함께 나란히 적혀 있다. 당사자들이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을 포함해 권력층의 유력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성 전 회장과의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짐작하게 된다. 그런데도 증거 부족을 이유로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내렸으니 ‘봐주기 수사’라는 비난을 피해가기 어렵다.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과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 씨가 연루된 정황이 밝혀진 것이 그나마 수확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건평 씨가 직접 노 전 대통령을 움직였다고 여겨지지 않는 만큼 중간에 다른 인물이 개입됐을 소지가 크다. 정치권에 설전이 난무하던 의혹이 공소시효에 묻혀 진실이 가려지게 된 것이 무척 안타깝다.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이나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의원에 대한 별도의 금품수수 의혹이 드러났다고는 하지만 이들이 출석에 불응함으로써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원래의 리스트 명단에 대해서도 의혹을 밝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수사에 고분고분 응할 리가 없다. 수사팀의 자업자득이다. 이래서는 검찰의 위상과 명예를 되찾기 어렵다. 물론 수사팀으로서도 변명의 여지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수사결과 발표에 심드렁한 분위기라는 사실만큼은 뼈저리게 받아들여야만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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