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새와 껍질" 채권시장의 아프락사스를 위하여

  • 등록 2001-04-23 오전 8:46:29

    수정 2001-04-23 오전 8:46:29

[edaily] 채권시장이 두번째 껍질을 깨고 있다. 새(채권시장)는 껍질을 깨고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 "선과 악"의 이중성을 동시에 지닌 신이다. 새가 껍질 속에 있을 때 모든 것이 친숙하고 안락했다. 시장의 모든 사람들은 나의 친구다. 채권 그 자체를 "사랑하는" 순진함과 자부심으로 충만했다. 새의 첫번째 껍질은 외부충격(97년 외환위기)으로 산산히 부서졌다. 흩어진 껍질 조각으로 "부끄러운 곳"을 겨우 가렸지만 이미 새는 옳고 그른 것을 알기 시작했다. 아프락사스는 깨진 껍질 사이로 "이성"과 "합리성"의 빛을 주었지만 동시에 "치열한 경쟁"의 숨결을 손가락 끝으로 밀어넣었다. ◇두번째 껍질 요즈음 채권시장에 오랜 동안 몸담았던 시장참가자들을 만나보면 "뭔가 분명히 달라졌다"고 말한다. 과거처럼 단란한 시장분위기가 없어졌다고 말한다. 지난해 유래없는 호황을 누렸던 채권시장이 최근 어려워지면서 시장참가자들의 피곤한 심신은 "과거"에 대한 향수로 가득하다. 외환위기 이후 채권시장은 "딜링"이라는 새로운 거래 형식에 적응해야했다. 단순히 채권을 사서 만기까지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요인으로 가격이 변화할 때 적절히 사고 파는 행위를 반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시장의 호황은 이같은 딜링이 얼마나 "즐거운 것"인지 보여줬다. 많고 적음의 차이가 있지만 채권시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2월을 지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몇차례 정책당국자들의 "과열" 발언으로 흔들린 채권수익률은 긴 바닥을 만들며 옆으로 기거나 고개를 치켜들고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채권가격 하락) 채권 거래량도 눈에띄게 줄어들었다. 딜러와 브로커 모두가 무엇인가 단단한 벽에 부딪쳤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 벽이 바로 두번째 껍질이다. 지난해 7월 새들은 이미 "껍질을 깨라"는 계시를 받았지만 이제야 그 계시를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극심한 수익률 변동성 2000년1월부터 올해 4월21일까지 국고채 3년 수익률의 하루 변동폭(직전일 최종호가수익률과의 차이) 추이를 그래프로 그려봤다. 올 2월이후 변동폭은 20~30bp가 넘는 날이 많아졌다. 전날보다 수익률이 30bp이상 오르거나 떨어지는 현상이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일일 변동폭의 절대값을 구해서 표준편차를 구해보니 0.064801이 나왔다. 일일 변동폭의 5일 이동평균선이 6bp를 넘어서는 경우가 올들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해서 2월이후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을 볼 수 있다. 이같은 변동성은 처음 거래량 증가와 함께 수익률 하락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도한 변동성은 불안정한 투자시스템에 무리를 줬고 수익률이 방향을 바꿔 상승세를 나타내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거래를 제한하는 기관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많은 딜러들이 "채권을 사고 싶어도 회사 차원에서 매매를 억제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주 미국의 전격적인 금리인하에도 채권수익률이 떨어지지 못한 것은 "이 기회에 채권비중을 줄여야한다"는 조직 차원의 의지가 일정부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가평가의 위력 그렇다면 이같은 변화의 근원은 무엇일까. "계시"의 정체는 바로 "시가평가"였다. 2000년1월이후 일일 변동폭의 표준편차 0.064801을 넘어서는 변동성을 나타낸 거래일수를 계산해 봤다.(변동폭 추이 단추를 누르시면 관련 그래프를 볼 수 있습니다.) 2000년 1월부터 시가평가 실시직전 6월말까지 하루 변동폭이 표준편차인 0.06을 넘는 거래일수는 22일이었다. 시가평가가 실시된 7월이후부터 연말까지는 무려 41일이나 표준편차보다 큰 변동폭을 기록했다. 시가평가 이전보다 거의 2배가 늘었다. 올들어 4월까지 표준편차 이상의 변동폭을 기록한 거래일수는 43일나 된다. 시간이 갈 수록 변동성이 커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시가평가는 채권가격을 매일매일 평가함으로써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일체의 요소가 즉각적으로 반영되도록 만들었다. 지난해 중반까지만해도 채권시장의 관심있는 해외뉴스는 물가와 연관성이 높은 국제유가에 불과했다. 그러나 하반기들어 미국의 경기둔화가 시장의 화두로 부상하면서 미국의 소비자물가, 산업생산, NAPM, 실업률, 주택판매, 자동차 판매 등 미국 국채시장에서 거론되는 거의 모든 지표가 국고채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밤새워 미국 소비자물가 발표를 기다려야했고 다우존스, 나스닥 지수를 살피는 것은 기본이 됐다. 최근에는 달러/엔 환율 변화를 실시간으로 체크하면서 국채선물 주문을 내야했다. 각종 경제정보가 태평양이라는 지리적인 장애물을 뛰어넘어 실시간으로 시장참가자들에게 알려지고 그것이 국내 채권가격에 영향을 줬다. 이는 채권수익률을 더이상 "후행지표"가 아닌 주식과 같은 "선행지표", 또는 "동행지표"로 만들어 버렸다. 이같은 변화는 "카시오 계산기"를 "엑셀"로, "신문"을 "인터넷 뉴스"로 대체하도록했다. 외환위기가 채권시장의 첫번째 껍질이라면 시가평가는 스스로 만들어낸 두번째 껍질이다. ◇아프락사스를 위하여 채권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무엇이냐고할 때 흔히 폐쇄성을 이야기한다. 닫힌 구조에서 시장참가자들은 배타적인 이익을 향유하는 경우가 많았다. 첫번째 강한 충격이 왔을 때 우리 채권시장의 1세대는 자의반 타의반 자리를 물러나야했다. 딜링이 보편화된 현재의 채권시장은 두번째 껍질을 깨고 새로운 거래관행을 만들고 합리적으로 정보를 해석하는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너무 많은 딜러, 너무 많은 브로커, 너무 많은 애널리스트, 너무 많은 정보"는 폐쇄성을 위협한다. 껍질이 깨지는 과정에서 검증되지 않은 딜러, 실력없는 브로커, 논리가 약한 애널리스트, 과거의 틀에 얽매인 정보매체는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선악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은 신성에 그만큼 가까와졌다는 것이다. "데미안"의 주인공 싱클레어가 "아프락사스"를 이해하기위해서는 어두운 골목길에서 데미안과 마주쳐야했다. 껍질을 깬다는 것은 결코 흥겨운 일은 아니다. 익숙한 것으로부터 소외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깨지 않으면 나는 부서져버릴지도 모른다. 지금 나의 데미안을 만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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