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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적자 누적에 채권발행도 한계
한전은 원가 이하로 전기를 팔면서 적자와 부채가 누적되고 있다. 한전은 2021년 5조8000억원, 2022년 32조6000억원의 유례없는 대규모 적자를 낸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5조3000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산된다. 한전은 올 1월 기준 전기를 1킬로와트시(㎾h)당 164.2원에 사서 147.0원에 팔았다. 운영비를 뺀 원가만으로도 약 12%(17.원) 밑지는 상황이다. 그나마 산업부가 1년 한시로 도입한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를 통해 민간 발전사의 이익을 제한한 결과다.
한전은 채권 발행을 통해 적자를 버티고 있는데 이마저 한계점에 이르렀다. 한전은 지난해만 37조2000억원, 올 들어도 이미 5조3000억원의 채권을 추가 발행했다. 누적 발행 규모는 74조6000억원이다. 작년 말 한전법 개정으로 채무불이행 사태는 가까스로 막았으나, 올해 5조원 이상의 추가 적자가 발생하면 내년 다시 채권 한도가 막힐 전망이다. 초우량 채권인 한전채 발행 급증은 다른 기업의 채권 발행에도 지장을 줘 무한정 늘릴 수도 없다. 지난해 한전채 발행액은 국내 전체 채권 발행액의 4.8%다.
가스공사의 원가 회수율은 한전보다도 낮다. 가스공사 자체 집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8조6000억원까지 쌓인 미수금이 올 연말엔 12조90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그나마 최근 국제 가스 가격이 낮아져 전망치가 줄어든 수치가 이 정도다. 내년부터 연 이자비용만 4700억원, 하루 13억원이 된다는 것이다.
가스공사는 법적으로 국내 천연가스 공급 단가에 원가를 반영하고 있어 수치상으론 영업적자를 기록하지 않지만 실제론 정부의 가격 통제 아래 국내 도시가스 공급사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한 채 미수금으로 남긴다. 언젠간 회수한다는 전제가 깔렸지만, 그동안은 채권 발행을 통해 메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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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전문가는 에너지 수요가 적은 지금 인상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 큰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통상 1년 중 가장 더운 7~8월은 전기와 발전용 가스 수요가 연중 최대치에 이른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2분기 요금을 동결한 채 7~8월이 돌아오면 지난 겨울 ‘난방비 폭탄’ 이상의 ‘냉방비 폭탄’이 닥칠 수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적정한 가격 인상을 통해 지금부터 이용자에게 충분한 가격 신호를 줘 에너지 절약을 유인하고, 한전과 가스공사에도 안정적인 수급 관리와 취약계층 지원 방안을 마련할 재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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