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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시절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시가 상승을 예상하고 부동산을 취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은 씻게 됐지만, 조카 명의를 빌려 차명으로 부동산을 거래한 것은 사실이라는 결론이 내려진 겁니다.
판결 이후 관심을 모은 건 손 전 의원의 과거 발언인데요. 지난 2019년 1월 손 전 의원은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차명이라면 전재산을 국고에 환원하겠다”고 말했고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서도 “재판을 통해서 목포에 차명으로 소유한 제 부동산이 밝혀질 경우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1심과 2심, 그리고 대법원까지 손 전 의원의 부동산실명법 위반(차명 거래)을 인정했으니 손 전 의원은 전재산을 국가에 헌납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할까요? 판결뒷담화의 길라잡이, 판사 출신 조용주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와 함께 살펴봤습니다.
이 사례에서 우리가 알아둘 만한 법률 상식이 등장합니다. 바로 손 전 의원의 전 재산 기부 발언은 증여계약에 해당한다는 것이고요. 증여계약의 경우 주는 사람의 말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받는 사람의 승낙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국가는 증여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증여받기 위해서는 계약이 필요합니다. 국가의 계약대표자는 법무부 장관이고요. 따라서 당시 법무부 장관과 손 전 의원이 계약서를 썼다면 대법 판결에 따라 이행 의무가 발생했을텐데요. 그런데 받는 쪽(국가)의 승낙 표시가 없었으니 손 전 의원이 줄 의무 또한 없는 것이죠. 꼭 문서로 작성하지 않아도 구두로도 계약은 성립합니다. 다만 입증 문제가 있으니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추후 분쟁을 피하는 방법이죠.
마치 이런 상황과 비슷합니다. 친구가 복권을 여러 장 구입해서 다른 친구들에게 나눠줬고 받은 친구가 “당첨되면 절반 줄게”라고 말했는데 실제로 당첨이 된 겁니다. 당첨되지 않을 거란 생각에 절반을 주겠다고 그냥 큰소리를 친 것이고 실제 절반을 줄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당첨된 친구는 “재미로 말한 건데 너 진짜라고 받아들인거야?”라며 당첨금의 절반을 주겠다는 말은 비진의표시였다고 주장하는 것이죠.
이같은 두 가지 관점에서 볼 때 손 전 의원이 전 재산을 내놓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삼기는 어렵다는 것이 이번 사례의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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