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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역사상 두 번 연속 금리 인상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작년 11월에 이어 올해 1월 연속 인상을 단행한 만큼 이번엔 금리 동결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다만 물가 상승 우려가 짙어진 터라 금리 인상 시그널은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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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마지막 금리 결정 ‘동결’ 유력
한은은 이날 금통위 정기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2014년 4월 취임한 이주열 총재가 마지막으로 금리 결정 의사봉을 두드리는 날이기도 하다. 한은은 작년 8월, 11월에 이어 올 1월까지 반 년간 세 차례 금리 인상으로 인상 속도를 높여온 만큼 이달은 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물가상승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추가 금리 인상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들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유럽 등 경기 위축이 우리나라 수출 등에도 악영향을 미쳐 성장률을 떨어뜨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주가가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 불안감도 커진 상황에서 굳이 금리 인상으로 변동성을 더 키울 이유가 없다는 점도 신중한 금리 인상에 힘을 보탠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도 문제다. 23일 확진자 수가 17만명대로 역대 최대를 찍었다. 거리두기 규제가 완화되고 있지만 구글 이동성 지수(소매 및 여가)는 2월 17일 기준 2020년 코로나 발생 초기 대비 1% 하락했다. 코로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줄었다고 해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여전하다.
3월 9일 차기 대통령 선거가 열려 대선 직전 2주를 남겨두고 금리를 조정하기엔 부담이 크다는 점도 금리 동결에 무게가 실린다. 한은이 대선을 앞두고 금리를 조정한 적은 있지만 고작 2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급하게 금리를 조정할 이유는 크지 않다.
‘물가전망 3%’ 찍나…금리 동결돼도 금리 인상 ‘소수의견’ 주목
물가상승이 추가 금리 인상을 뒷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이날 발표하는 경제전망에서 경제성장률을 3%로 유지하더라도 물가상승률을 3%로 전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등 서방국가의 러시아 제재 등이 국제유가뿐 아니라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전반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기대인플레이션율까지 상승하고 있다. 2월 기대인플레는 2.7%로 석 달 만에 0.1%포인트 상승했다. 수입물가가 1월 전월비 4.1% 올라 석 달 만에 상승 전환했고 생산자물가 역시 0.9% 올라 전월 보합 후 상승 전환했다. 수입, 생산자 물가 상승은 제조업체들의 원가 부담을 높여 제품 가격 인상,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은의 금리 인상 행보에 있어 차기 총재 선임 등 금통위 내 리더십 교체가 주요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 당선자와 협의해 신임 총재를 선임한다고 해도 인사청문회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4월 14일 금통위 전까지 신임 총재 임명이 완료되긴 쉽지 않을 수 있다. 청와대가 차기 총재를 두고 검증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차기 총재로 이승헌 한은 부총재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 하나의 금리 인상 변수는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다. 경우에 따라 상반기 중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 한미 금리가 역전된 바 있지만 한은의 금리 결정에 큰 변수가 되진 않았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팔라질 경우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커질 수 있어 이에 대한 한은의 대응에도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