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동 부지 2차 입찰매각 임박…서울시·대한항공 기싸움 `팽팽`

서울시 “8월까지 공원화 계획 완료”
대한한공 “일방적 발표로 매각 유찰”
땅값도 시각차…감평평가 후 정해야
토지보상법 해석 논란…“市가 좌지우지”
  • 등록 2020-06-19 오전 12:02:00

    수정 2020-06-19 오전 12:02:00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놓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와 땅 소유주인 대한항공이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는 해당 부지(총 면적 3만6654㎡)를 공원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행정절차에 착수했지만, 대한항공은 “시세가 아닌 헐값에는 절대 팔지 않겠다”며 맞서고 있다. 대한항공은 시의 업무 방해로 유찰된 부지 매각을 이르면 한 달 내에 재추진할 방침이다. 다만 개발 인허가권을 지닌 시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여 제3자인 민간기업으로의 매각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모습.(연합뉴스 제공)


“공원화 발표로 매각 방해” vs“8개월간 협의”

18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11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서울시의 업무 방해로 송현동 부지 매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시정 개선을 요구하는 고충 민원 신청서를 제출했다. 10일 송현동 부지 예비입찰 이전에 10여개 업체가 입찰참가의향서(LOI)를 제출했지만, 서울시의 일방적인 공원화 계획 발표로 아무도 입찰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인허가권을 가진 시가 문화공원 조성를 위해 구체적인 행정 절차를 착수한 상황에서 어느 기업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겠느냐”며 “권익위가 빠른 시일 내 권고 조치를 하면 한 달 이내라도 재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미 대한항공 측과 충분한 협의를 거친 만큼 공원화를 위한 절차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지난달 27일에는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북촌 지구단위계획 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결정안 자문을 상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코로나19가 본격 유행하기 이전인 올 3월까지 8개월간 대한항공 측 실무진에게 공원화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협의를 진행해 왔다”며 “당시에는 대한항공이 코로나19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지 않았기 때문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입장을 보이다가 최근 입장을 바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는 8월까지는 공원화에 대한 세부 계획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 11일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매입 및 공원화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인허가 칼자루 쥔 서울시…토지보상도 ‘동상이몽’

양 측 입장차가 가장 큰 부분은 매각금액이다.

대한항공은 경복궁 바로 옆 도심 한가운데 있는 노른자 땅을 최소 5000억~6000억원에 팔 계획이다. 이는 지난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사들인 2900억원의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당초 대한항공은 이 부지에 7성급 관광호텔을 지으려고 했지만, 고도지구에 속해 건축물 높이가 16m 이하로 막힌데다 주변이 학교정화구역으로 지정돼 관광호텔 개발이 불가능했다. 그러다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자 유동성 확보가 시급해진 대한항공은 비핵심자산을 팔아 현금을 확보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서울시는 좀 더 싼 값에 토지를 사들일 계획이다. 시가 북촌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에 공고한 부지 보상지는 4671억3300만원. 이 마저도 2021년 계약금으로 467억1300만원(10%), 2022년 잔금 4204억2000만원(90%)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토부가 정한 예비타당성 지침에 따라 산출한 산식을 준용해 공시지가 기준으로 산정한 것이라 시세와는 약간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실제 토지보상에 나설 경우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책정하기 때문에 매각금액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와 대한항공이 극적으로 계약을 성사시킨다 해도 토지보상 절차에 대한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토지보상법(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 62조에 따르면 사업시행자는 해당 공익사업을 위한 공사에 착수하기 이전에 토지 소유자와 관계인에게 보상액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 소유자인 대한항공이 승인하면 서울시가 원하는 대로 보상금을 분할 지급할 수 있다. 다만 자금 조달이 시급한 대한항공이 이를 용인할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더욱이 이 부지는 조선시대 세도가들을 거쳤다는 점에서 문화재 발견시 공사가 잠정적으로 연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당장 현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2년에 걸쳐 매각대금을 지급하면 회사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시가 산하기관을 통해 착공 시기를 연기하는 방식으로 편법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서울시에 팔린다고 해도 투자심사 등 복잡한 행정절차를 받아야 하는데다 금액 지급 방식 문제도 남아 있어 대항항공 입장에서는 꺼려질 수 있다”며 “다만 민간기업에 팔려고 해도 서울시가 괘씸죄로 공사 인허가를 직간접적으로 막을 수 있어 결국 공원화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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