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아파트를 편법으로 분양받으려고 주소를 몰래 옮기는 경우와는 달리 대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읽게 된다. 그러나 엄연한 불법행위를 놓고 어떤 경우는 되고, 어떤 경우는 안 된다며 구분을 지은 것부터가 자의적인 발상이었다. 마치 자식의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집을 옮겼다는 맹자(孟子) 어머니의 얘기를 떠올렸음 직하다. 법 앞에 어느 누구도 평등하다고 하면서 스스로 불법에 눈감은 꼴이 되고 말았다.
이른바 ‘적폐’라는 비중으로 따진다면 그 어떤 과오보다 막중하다. 이후 정부가 바뀌고 인사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위장전입자들이 태연하게 청문회장에 얼굴을 내밀 정도로 사회 분위기가 무감각하게 변해 버린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 국무총리 지명을 받았던 장상·장대환 후보와 노무현 정부 당시의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위장전입 전력으로 도중하차했던 사실을 감안하면 도덕적 기준이 상당히 느슨해졌음을 실감하게 된다.
이러한 폐단이 서민들을 위한다는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까지 횡행한다는 건 너무 서글프다. 지위와 돈이 있는 지도층일수록 위장전입이라는 편법에 기대는 모습이다. 시기적으로 면책될 수 있는 예외 범위를 두었건만 그 기준도 허물어지고 있다.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상대방의 티끌을 비난하면서 자기 눈 속의 들보는 모른 체하는 심보가 더 야속하다.
정말로 궁금한 것은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의 의중이다. 지난해 조각 단계에서 후보자들의 흠결이 적잖이 드러난 데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고도 또 다시 비슷한 경로를 걸어가는 중이다. 우리 사회에 경륜과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도덕적으로도 흠 잡히지 않는 사람들이 전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팔이 뻗치는 좁은 범위 안에서만 사람을 구하다 보니 제대로 인물을 찾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위장전입자들의 내각이라는 불명예만큼은 피하기를 바란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