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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아파트지구 내 노른자 땅이자 가장 규모가 큰 압구정 특별계획 3구역의 재건축추진위원회 구성이 완료되며 속도를 내는 듯 했지만 실상을 보면 제자리 걸음이나 마찬가지다. 3구역 추진위는 ‘1대 1·제자리 재건축’ 등을 내세워 사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를 추진하려면 압구정 아파트지구 전체 정비계획 판을 흔들어야 하기 때문에 승인 결정권자인 서울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더욱이 아파트 최고층수, 공공기여(공원부지 조성), 학교 이전 문제 등을 둘러싸고 주민과 서울시 간 갈등의 골이 깊어 쉽사리 해결점을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에서는 압구정 지구단위계획 확정과 각 6개 구역별 사업계획서 제출, 서울시 본회의 승인 등 남은 일정을 감안하면 아무리 빨라도 내년 이후에나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고층수 놓고 주민·서울시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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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추진위원회 설립을 마친 압구정3구역은 추진위원장이 선출되면서 기존 사업 방식에서 탈피해 조합원 수만큼 재건축을 하거나 제자리에서 다시 새 아파트를 짓는 1대 1·제자리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또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인근을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해 평균 35층(최저 15층·최고 45층) 높이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각 구역별로 이미 정해진 자리에서 조합원수 만큼 새 아파트를 지을 경우 기존 구상했던 단지 내 도로나 공원 위치 등 전체적인 개발 밑그림이 다 흔들리게 되고, 이는 결국 3구역 외 다른 단지에 피해를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압구정역 인근 종상향 문제 역시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와 같이 입지 자체가 광역중심지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내부 심의 위원들도 이미 35층 이하로 못을 박은 상황이라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압구정 주민 내부에서도 최고층수를 둘러싼 의견이 분분하다. 압구정 재건축추진위 관계자는 “한강변 입지나 향후 미래가치를 따져 초고층 단지를 못 지을 경우 재건축 사업 자체를 무기한 연기하자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일부는 이미 아파트가 많이 낡은데다 갈수록 재건축 규제 강도가 세져 서둘러 35층 이하로 사업을 진행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강변 핵심입지 내 공원 조성도 최대 쟁점
20년째 구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기부채납을 안하겠다는 게 아니라) 사업지 핵심 부지에 짓지 말고 인근 동호대교 서편으로 이전하자는 의견서를 서울시에 몇차례 제출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아예 재건축 사업을 접고 오는 6월 치러질 서울시장 선거 이후를 지켜보자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압구정3구역 내에 있는 압구정초등학교를 성수대교 방면으로 300m 이전하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주민들이 통학거리와 주변 소음 문제로 초등학교를 기존대로 존치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남구청에 전달하는 등 단체행동에 나서자 학교 이전 계획안은 다시 원점에서 논의 중이다.
압구정 주요 재건축 아파트들은 준공 후 40년을 대부분 채운데다 안전진단을 모두 통과해 최근 정부의 강화된 재건축 규제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사업 규모나 입지로 봐도 남은 강남 재건축 단지 중 최고 알짜로 꼽힌다. 압구정동 G공인 관계자는 “최근 들어 주춤한 강남 재건축 시장 분위기와 달리 압구정동 일대는 아파트 투자 수요도 꾸준하고 급매물도 거의 없다”면서도 “ 재건축 사업이 장기적으로 10년 이상 걸릴 수 있는데다 매매가격에 비해 전세값이 상대적으로 낮아 갭투자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