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도DIY]② '50대' 김부장 '6월'에 '아이슬란드' 간다

5년간 1월~5월 해외관광객 35% 급증
여름휴가 7말8초 옛말
60대 배낭 여행객 올들어 10만명 넘어
휴양지보다 라오스, 베트남 등 오지여행 선호
  • 등록 2016-06-03 오전 6:08:00

    수정 2016-06-03 오전 8:08:40

최근 비수기로 꼽히던 6월 해외출국자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사진= 인터파크투어)
중국 장가계 민혼대를 바라보고 있는 중년의 여행객(사진=하나투어)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51) 부장은 6일 현충일 연휴를 활용해 서둘러 여름휴가를 다녀올 생각이다. 북적거리는 휴가철을 피해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고 바가지 상술에서도 벗어날 수 있어서다. 박 부장은 요즘 뜨는 여행지라는 아이슬란드 레이캬바크를 다녀올 예정. 이어 10월에는 남은 경비를 보태 여행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에 등장했던 그리스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휴가패턴이 바뀌고 있다. 이른바 ‘7말 8초’(7월 말~8월 초)는 옛말이다. 되레 전통적으로 휴가가 몰리던 7월 말과 8월 초를 피해 휴가를 떠나는 여행자가 늘면서 비·성수기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6월이나 8월 말에서 9월 초, 나아가 1년 내내 수요가 분산되는 식이다.

인터파크투어 관계자는 “저비용항공사(LCC)의 활성화가 독과점체제였던 항공시장을 다원화하면서 저렴하게 떠나는 실속여행의 기회가 많아졌다”며 “이 같은 현상은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트렌드와 맞물려 특정 시기에 집중됐던 여행시장을 분산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성수기 사라진다…‘7말 8초’ 휴가철 피해

비수기로 꼽히던 6월에 해외출국자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1~2015년 사이 5년 동안 6월 기준 한국민의 월별 출국자 수는 연평균 6.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6~2010년과 비교했을 때 4.7%p 높은 수치다. 하나투어의 해외여행 추이도 비슷한 양상이다. 1월부터 5월까지 집계한 해외여행자 수를 보면 2013년 77만명, 2015년 124만명을 기록해 35.1%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반면 7~8월 해외여행자 수는 2013년 35만명, 2015년 43만명으로 22.8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분위기는 여객탑승률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제주항공의 올 6월 국제선 주요 노선 예약률을 보면 필리핀 세부와 베트남 다낭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15%p, 7%p 높은 예약률을 기록하고 있다. 사이판 노선은 17%p, 중국·홍콩·대만 등 중화권 노선도 지난해보다 약 14%p 높았다.

호텔업계도 지난달 초부터 시작한 특수가 이어지고 있다. 이대로 7~8월을 맞으면 4개월간 성수기를 누리는 셈이다. 이랜드가 운영하고 있는 켄싱턴 제주호텔은 5월 평균 객실 점유율이 89%를 기록했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는 6월 황금연휴에 비는 객실이 없다. 호텔 측은 이른 더위 탓에 6월부터 여행을 서두르려는 이들이 늘 것으로 전망했다. 제주신라호텔 역시 같은 기간 객실 예약률이 평균 96%로, 만실도 시간문제라는 게 호텔 측의 설명이다.

◇해외여행 주고객 ‘20·60대 부상’

해외여행시장의 주고객도 재편될 태세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20대와 60대 연령층이 해외여행시장의 주고객으로 서서히 부상하고 있다. 모든 연령층에서 두 자릿수가 증가한 가운데 그중 20대와 60대가 두드러졌다.

2013년과 2016년 1~5월 하나투어를 통해 해외여행을 떠난 20대는 무려 84.1% 증가했고, 60대가 54.6%로 그 뒤를 이었다. 이어 50대 34.4%, 40대 32.9%, 30대 28.4% 순이다. 2013년 1~5월 각각 6만 800명, 9만 2000명 수준에 그치던 20대와 60대 여행수요는 올해 들어 같은 기간에 일제히 10만명을 넘어서 30~40대와 같은 구간에 진입했다. 여행자 절대수치에서는 50대와 40대가 여전히 1·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20대, 60대가 증가폭을 압도했다. 반면 직장일로 바쁜 30대의 연령별 점유율은 가장 낮았다.

조일상 하나투어 과장은 “과거에는 열심히 저축한 다음 먼 훗날 여행을 가겠다는 의식이 많았으나 요즘 20대는 소셜커머스·타임커머스·오픈마켓 등을 통해 값싸게 나온 자유여행 아이템을 모은 뒤 지체없이 여행을 떠난다”고 귀띔했다. 이어 “60대는 은퇴 후 시간·금전적으로 여유가 많은 연령대로 중저가 상품보다 안전하고 편안한 여행상품을 선호한다”면서 “산악회나 동호회, 계모임 등 단체여행의 비중이 높지만 배낭여행도 크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LCC 활성화 덕분? 휴가지 다양해져

여행패턴이 바뀌면서 선호하는 휴가지도 다양해지고 있다. 여전히 일본·동남아를 찾는 여행자가 가장 많지만 여행경험이 늘고 체험기회가 많아지면서 전문성·연령별·테마별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여행지를 선택하는 이들이 느는 추세다.

LCC업체는 물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미디어의 활용, 모바일 예약비중이 많아진 것도 여행지의 선택폭을 넓히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인터파크투어가 집계한 지난해 급부상한 여행지는 베트남·라오스·모리셔스·핀란드·체코·아이슬란드·크로아티아 등 천차만별이다. 최근 가장 핫한 여행지는 그리스.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우르크’라는 가상국가의 실제 촬영장소였던 그리스 이오니아제도 최남단의 자킨토스섬이다. 특히 나바지오해변은 세계서 가장 아름다운 10대 해변 중 하나로 꼽힌다.

반나절 뚝딱 둘러보고 돌아오는 일정부터 장기투숙하는 여행까지 각자 개성에 맞도록 일정을 아예 짜주는 여행상품도 생겼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여름휴가철과 비교했을 때 전체 출국자 수는 아직 적지만 증가세는 눈여겨볼 만하다. 장기불황에 따른 합리적 소비층이 늘면서 성수기·비수기 구분이 따로 없는 여행패턴의 변화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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