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블루칼라][르포]시름 깊어지는 울산 "매상 반토막 나 문 닫을 판입니더"

현대重 있는 동구 상권 위축
현대百 매출 전년비 1% 감소
호객 행위에도 손님 없어
폐업 점포, 급매물도 속출
  • 등록 2015-12-28 오전 6:00:00

    수정 2015-12-28 오전 6:00:00

[울산=이데일리 이재호 김형욱 기자] “소득 수준이 전국 1위라구요? 지난해 말부터 매상이 50% 이상 줄었는데 이대로라면 조만간 가게 문 닫아야 합니다.”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1인당 지역내 총생산(GRDP)이 6000만원을 상회하는 울산. 하지만 지난 21일 현지에서 만난 자영업자와 백화점 및 대형 마트 점원, 택시기사들은 얼어붙은 경기에 고개를 내저었다.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낙수효과(落水效果)가 사라진 결과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정문 전경. 정문을 통해 보이는 ‘우리가 잘 되는 것이 나라가 잘 되는 것, 나라가 잘 되는 것이 우리가 잘 될 수 있는 길’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사진 이재호 기자
구(區)별 소득 순위 뒤바뀌는 울산

현대중공업(009540) 울산조선소가 들어선 울산 동구의 소비 위축세가 특히 심했다. 울산조선소 정문 맞은편의 현대백화점(069960) 동구점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유동객이 상대적으로 많은 지하 식품 코너와 여성복·유아복 매장 점원들까지 복도에 나와 호객 행위를 하고 있었다. 5층 식당가도 한두 테이블에 앉은 손님이 전부인 점포가 많았다.

실제로 올해 현대백화점 동구점의 매출은 전년보다 1% 감소했으며 연초 목표 대비 90%를 소폭 상회하는데 그쳤다. 현대백화점 전체 매출이 5.4%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인근 식당과 상가도 장사가 안 돼 울상이다.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폐업하는 점포가 늘고 있고 급매물도 많이 나온다”면서 “식당들도 회식이나 가족 단위 외식이 줄어 어려움을 겪고있다”고 전했다.

현대백화점 울산 동구점의 지하 식품 코너(왼쪽)는 한산했으며 5층 식당가의 한 점포는 손님이 한 테이블에 불과했다. 사진 이재호 기자
울산 내 상권은 동구와 정유·석유화학 단지가 조성돼 있는 남구, 현대자동차(005380) 울산공장이 있는 북구로 구분돼 있다.

소득 수준은 남구와 동구, 북구 순이었지만 지난해부터 동구와 북구가 자리바꿈을 했다. 현대차가 3분기까지 5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선전한 반면 현대중공업은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별 업황에 따라 지역 경제 구성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업종별 실적에 지역상권 도미노 타격

그렇다고 남구과 북구의 사정이 훨씬 나은 것은 아니다. 지난해 울산 석탄 및 석유, 화학제품 제조업의 지역내 총생산은 12조1864억원으로 업황이 좋았던 2012년보다 18.1%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계·운송장비 제조업의 지역내 총생산도 0.52%의 감소했다. 정유와 석유화학, 자동차 업체들도 힘들다는 얘기다.

고래고기 요리로 유명한 남구 장생포나 현대차 공장 주변 상권인 진장동 및 명촌은 고객이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진장동의 대형 중식당 대표는 “부서별 회식을 유치하면 하루 매상을 채울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회식 자체가 많지 않다”며 “근무 교대를 하고 귀가하다가 술을 한잔 하러 들르는 손님들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토로했다.

울산은 주요 기업들의 업황 사이클에 따라 지역 상권이 도미노처럼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37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SK이노베이션(096770) 등 정유사와 석유화학 기업들이 몰려 있는 남구의 경기가 안 좋았다.

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감소는 자연스럽게 조선업 불황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동구 쪽 상권이 직격탄을 받고 있는 이유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의 실적이 곤두박질할 때부터 조선사들도 어려워질 줄 알았다”며 “자동차 업황도 안정적인 상황은 아니라 사실상 울산 전역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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