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 관광객’ 귀환에 국경 없는 의료분쟁…“환자 보호책 필요”

피부과 시술 받은 중국인, ‘과실치상’ 혐의 병원 고소
병원 측 “환자가 무리한 요구했다” 공방
엔데믹 후 ‘성형 관광객’ 증가세, 갈등·분쟁 우려↑
“환자 중심으로 정책 전환, 중재방안 고민해야”
  • 등록 2023-03-27 오전 6:00:00

    수정 2023-03-27 오전 6:00:00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이영민 수습기자] 코로나19로 막혔던 해외여행의 빗장이 풀리면서 한국을 찾는 ‘성형 관광객’이 다시 늘고 있다. 이들은 갈등을 겪더라도 의사소통의 한계로 해결이 어려워 법적 다툼으로 가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의료분쟁 전문가들은 원인 규명이 모두 피해자이자 환자의 몫인 현재 법 체계의 특성상 의료분쟁은 외국인뿐만이 아닌 내국인도 취약할 수 있는 ‘국경 없는 문제’라며, 조정을 도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남 신논현역 인근의 한 성형외과에 중국어 간판이 달려 있다. (사진=이영민 수습기자)
26일 이데일리의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인 여성 A(42)씨는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구 한 병원을 과실치상 혐의로 서초경찰서에 고소했다. A씨는 지난달 3일 이 병원에서 피부과 시술을 받고 얼굴에 2도 화상을 입었다. 그는 “이로 인해 한국에서 치료를 받느라 한달 넘게 치료비, 숙박비를 내면서 중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에서도 같은 단계로 동일한 시술을 받았던 적이 있기 때문에 병원의 잘못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병원 측은 오히려 A씨에게 시술 전 자세한 설명을 했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시술 전 확인서까지 작성했지만 A씨가 무리한 강도를 요구해 화상이 발생한 것”이라며 “오히려 A씨가 ‘장비가 가짜다’, ‘당신도 똑같이 만들어주겠다’며 의사의 실명을 거론하거나 온라인에 항의글을 쓰고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통역과 일정 조율 등을 거친 후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A씨처럼 성형외과와 피부과 등 미용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지난 4년간(2018~2021년) 약 19만명에 달한다. 이 기간 한국에 온 전체 외국인 환자(137만 1461명) 4명 중 1명은 ‘예뻐지기 위해’ 한국을 찾은 셈이다. 코로나19 이후 항공 관련 규제가 사라지며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늘어나고 있는 만큼 한국을 찾는 환자들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최근 이데일리가 둘러본 강남 압구정의 성형외과 밀집 지역에선 외국인 환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병원 곳곳에도 중국어 등 외국어로 쓰인 안내판이 적지 않았다. 지하철 김포공항역과 연결돼 교통이 편리한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등도 최근 외국인 환자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꼽혔다.

압구정의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대형 병원들은 외국인 환자가 전체의 10% 내외를 차지할 것”이라며 “아직까지는 내국인 비중이 더 많지만 중국 비자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고 저가항공 등이 다시 늘어나고, 통역 등 유치를 위한 브로커 등이 실질적인 활동을 재개하면 분위기가 더욱 살아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외국 고객’이 늘수록 관련 분쟁도 늘어날 가능성이 큰데, 내국인 경우보다 해결이 쉽지 않다는 데에 있다. 의료법 전문가들은 의료사고는 기본적으로 병원의 책임이 크지만, 입증까지엔 어려움이 많다고 짚었다. 박호균 의료전문 변호사는 “의료적으로 환자의 신체나 건강에 타당하지 않은 건 환자의 요구가 있어도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며 “그러나 현재 법 체계상 문제가 생기면 이를 환자가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신현호 의료전문 변호사는 “진료 계약서에 ‘대한상사중재원에서 중재를 거친다’는 문장을 넣으면 공식 소송이 아닌 중재인을 통한 빠른 사적 해결 및 합의가 가능해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金’ 현대가 며느리
  • 홍명보 바라보는 박주호
  • 있지의 가을
  • 쯔위, 잘룩 허리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