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맞불’ 꼬이는 남북관계…이산가족 교류조차 없다

21일 추석 맞았지만, 이산 현실 그대로
南 SLBM 보유국 된 날, 탄도미사일 쏜 北
8월 한달간 이산가족 사망자 314명 달해
文정부 한반도 긴장 고조 책임 못 벗어
  • 등록 2021-09-21 오전 6:20:00

    수정 2021-09-21 오전 6:20:00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우리 군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성공한 당일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인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면서 한반도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남북이 ‘맞불’을 놓은 격이 되면서, 임기말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 구상에도 적지 않은 차질이 예상된다.

특히 추석 대명절을 맞은 이산가족들의 가족들을 향한 그리움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등록된 이산가족의 생존자 수는 4만7318명으로, 사망자 수는 8만6212명이다. 지난 8월 한 달 동안 이산가족 사망자는 314명에 달했다. 한국전쟁 이후 가족과 생이별을 한 다수의 이산가족들이 결국 이산의 한을 풀지 못하고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15일 도산안창호함(3000t급)에 탑재돼 수중에서 발사되고 있다. SLBM은 잠수함에서 은밀하게 운용할 수 있으므로 전략적 가치가 높은 전력으로 평가된다. 현재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등 6개국만 운용하고 있는 무기체계로, 한국이 세계 7번째 SLBM 운용국이 됐다(사진=국방부).
이산가족 간 교류도 전무하다. 마지막 이산가족 상봉은 평창 올림픽 계기로 남북관계 훈풍이 불었던 지난 2018년 8월이었다. 그러다가 2019년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덩달아 이산가족 상봉은 물론 교류도 멈췄다.

2018년 당국 차원의 생사확인 292건(1996명)·방북상봉 170건(833명)이 이뤄졌으나, 2019년 들어서는 당국 차원의 교류는 0건이었다. 그나마 민간차원의 생사확인은 2건·서신교환과 상봉은 각각 16건·1건(1명) 수준이었다.

2020년부터는 북한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강화를 위해 북중 국경을 봉쇄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지난해 민간차원의 서신교환 단 4건의 교류가 전부였다. 올해는 그마저도 사라졌다. 올해 당국차원은 물론 민간차원의 이산가족 상봉 사례는 0건이다.

최근 들어서는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로 인해 한반도 정세는 더욱 나빠졌다. 북한이 올해 미사일을 쏜 것은 5번째다. 북한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1월 22일과 3월 21일 순항미사일을 발사했고, 3월 25일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이번 11~12일 장거리 순항미사일에 이어 15일 열차에서 탄도미사일을 쐈다.

북한은 우리 군 당국의 SLMB 시험발사와 관련해 “북한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도 직격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5일 심야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남조선의 문재인 대통령이 부적절한 실언을 했다”며 직접 실명까지 거론하며 저격에 나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주의적 협력 지원은 정치·군사·안보적 상황과 무관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통일부는 최근 약 12억원의 남북협력기금을 투입해 신규로 전국 7곳에 화상상봉장을 증설했다. 이산가족들이 점차 고령화되고 있는 점, 코로나19 등 비대면 상봉이 필요한 점을 감안해 기존 13곳을 포함해 총 20곳에 화상상봉장을 만든 것이다.

앞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추석을 앞둔 지난 16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의정부·전주·홍성 지역에 거주하는 이산가족(6가족)을 화상상봉장에 초청해 약 35분간 시연 면담을 실시한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정부는 어르신들의 간절한 염원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면서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선 정부도 한반도 긴장 고조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한다. 전직 고위 정부 한 관계자는 “의도했던, 안했던 간에 남북간 군비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양상이 펼쳐지면서 아슬아슬한 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면서 “북한이 핵무기 전력을 강화하는 명분을 준 셈이 됐다”고 우려했다.

북한은 “철도기동미사일연대는 9월 15일 새벽 중부산악지대로 기동해 800km 계선의 표적지역을 타격할 데 대한 임무를 받고 훈련에 참가했다”며 “철도미사일체계운영규범과 행동순차에 따라 신속기동 및 전개를 끝내고 조선동해상 800㎞ 수역에 설정된 표적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조선중앙TV가 16일 보도했다(사진=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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