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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임용 최소 법조경력을 현재와 같이 ‘5년’으로 유지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법안 부결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현직 판사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2013년 본격화된 법조일원화 정책으로 판사는 일정 정도의 법조경력이 있는 법조인 중에서 선발된다. 판사 최소 법조경력은 2013년 3년을 시작으로 2018년 5년, 2022년 7년, 2026년 10년으로 순차 확대된다. 과거 다른 법조 경험 없이 사법연수원을 수료 후 곧바로 판사로 임용되던 시스템에 변화를 준 것이다.
하지만 법원 내부에선 현실을 반영해 법조경력 확대를 현재와 같이 5년으로 유지해줄 것을 강력 희망해왔다. 법조경력 10년 이상 법조인들이 법원으로 자리를 옮길 유인이 크지 않다는 이유가 작용했다. 소속 기관에서 이제 막 인정받기 시작한 법조인 중 임금은 작고 업무강도는 훨씬 강한 법원으로 누가 오겠냐는 현실적 우려가 작용한 것이다. 이 때문에 법원 내부에선 기존 법조일원화를 유보하되 우수한 경력 법조인들을 법원으로 끌어올 수 있도록 제도와 처우 개선을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경력 10년 이상 지원자 연평균 18명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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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이 최종 관문인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자 법원 내부는 적잖이 충격을 받는 모습이다. 소셜미디어 등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드러내는 판사들도 늘고 있다.
강민구(사법연수원 1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결국 국민과 소송 당사자, 대리인 모두가 피해자가 될 것”이라며 “경력법관 보수 대우에 대한 고민은 아예 접어두고 개정안을 거부한 결과는 향후 모두에게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심준보(20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추후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 가서야 ‘재판이 오래 걸린다’, ‘이상한 판결이 너무 많다’는 얘기가 나오고 판사 수를 늘리라고 할 것”이라며 내다봤다.
“판사 수 증원 위한 경력완화는 대다수 판사들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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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내에서 개혁적 목소리를 내온 류영재(40기) 대구지법 판사도 “(개정안 부결로) 판사 증원은커녕 현재 판사 수만큼 현상 유지하기도 어렵게 생겼다”며 “재판을 신속하게 하기도 어렵고 충실하게 하기도 어렵고 기형적인 재판을 바로잡기도 어렵게 됐다”고 우려했다. 그는 “10년 이상 법조경력자에게 판사(직)는 매력적이지 않다”며 “법조계에서 10년 이상 뛰며 이제 좀 자리 잡은 법조경력자들이 무엇하러 판사 임용 시험공부를 하고 임용 후 전국을 떠돌며 과로사하기 딱 좋을 만큼 일하겠나”고 반문했다.
류 판사는 “우리 재판시스템은 30대 판사들의 과로로 버티고 있다”며 “이 업무량은 모든 판사들의 연령이 40대 중반 이상이 될 경우 절대 지속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조일원화는 판사 동질화와 관료화 해체의 중요 수단 중 하나로서 필요하다”면서도 “그 정착을 위한 전제조건들도 실현시켜야 하는데, 왜 그 부분은 논의하지 않는 것일까”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