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와 같이 8·2 대책에 따른 청약제도 개편으로 서울에서 청약을 통해 내 집 마련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토로하는 30~40대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점제 확대에 따른 실수요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주택형을 세분화해 적용 비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 공급 90% 안팎 중소형…가점제 100%에 3040 진입 막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4일 청와대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8·2 대책 관련 인터뷰에서 “맞벌이 부부와 신혼부부가 청약 당첨되기 쉽게 제도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에서 청약가점제 적용 비율을 확대하는 안을 놓고서다. 그러나 정작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이 같은 방안에 가점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3040세대 수요자는 앞으로 분양을 받아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는 반응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9~11월 서울에서 입주하는 전용 85㎡ 이하 아파트는 5111가구(전체 공급 물량의 98.7%)로 서울 신규 아파트 물량의 대부분이 중소형으로 채워진다.
한 번에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기존 주택 거래와 달리 신규 분양은 자금 조달이 유리해 상대적으로 목돈이 적은 젊은층의 선호도가 높다. 분양 이후 입주 때까지 통상 2년 6개월 안팎 동안 계약금과 중도금 및 잔금을 순차적으로 나눠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주택 기간(최고 32점), 청약통장 가입기간(최고 17점), 부양 가족수(최고 35점)에 따라 항목별로 점수를 더해 가점이 높은 순으로 당첨 기회를 주는 청약가점제 방식으로 신규 분양 아파트를 공급하는 경우 상대적으로 무주택 기간이 짧고 부양가족이 적은 3040세대는 당첨 기회를 얻기 어려워진다.
청약가점제를 확대하는 등의 청약제도 개편은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야 하는 사항으로 관련 법 개정 전 분양에 나선 단지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에 따른 전용 85㎡ 이하 주택형에 대한 가점제 적용 비율 75%의 규제만 받았기 때문이다. 관련 개정안은 지난달 24일까지 입법예고를 진행해 이르면 이달 시행 예정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에서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언제나 공급을 웃도는데 추첨제로 공급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에 높아진 자금 조달 부담에도 많은 수요자들이 청약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특정 면적의 주택형에 대해서는 신혼부부 할당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비롯해 가점제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대책은 실수요자를 무주택자로만 지나치게 엄격하게 한정해 가점이 낮을 수밖에 없는 젊은층이나 1주택자이면서 주택을 갈아타기하려는 등의 실수요자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전용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 가운데에서도 일부 주택형은 세분화해 가점제 적용 비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