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싱가포르 휘발유값은 지난해 7월 첫째 주 리터당 792.53원에서 올해 1월 첫째 주에는 389.31원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국내 주유소에서 판매(소매)되는 보통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59.17원에서 1568.65원으로 하락했다.
이 기간 동안 정유사들이 국내 주유소에 공급(도매)한 가격은 1758.57원에서 1382.63원으로 내렸다. 싱가포르 휘발유값이 403.22원(50.9%) 내리는 동안 국내 정유사의 공급가격과 주유소 판매 가격은 각각 375.94원(21.4%), 290.52원(15.6%) 하락한 것이다.
국제 가격이 국내에 반영되기까지 2주 정도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 지난해 7월 셋째 주부터 이달 21일까지의 가격을 살펴보면 국내 휘발유값이 1856.92원에서 1468.93원으로 387.99원 하락해 그 폭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반대로 싱가포르 휘발유 가격이 최근의 하락폭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랐던 시기의 경우 싱가포르 휘발유값보다 국내 휘발유값이 덜 올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 휘발유값은 2010년 8월 넷째 주부터 2011년 4월 넷째 주까지 리터당 580.92원에서 989.53원으로 408.61원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국내 휘발유값은 리터당 1714.08원에서 1946.57원으로 232.49원 오르는데 그쳤다. 정유사 공급 가격도 1593.64원→1824.01원으로 인상폭이 230.37원에 불과했다.
변동폭만 놓고 보면 정유사들이 주장한 것처럼 국제유가 하락세를 국내 휘발유 공급가격에 상당부분 반영한 셈이다. 내릴 때는 덜 내렸지만 오를 때도 덜 올리면서 국내 휘발유값 변동성을 최대한 줄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국내 휘발유 가격이 ‘오를 때는 빨리 오르고 내릴 때는 천천히 내리는’ 것처럼 느끼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그동안 대학 교수나 연구기관 등에서 많은 분석을 했는데 데이터만 가지고 보면 오를 때 빨리 오르고 내릴 때 천천히 내리는 비대칭성은 나타나지 않는다”면서 “도매가격 떨어지는 만큼 소매가격이 하락하지 않아서 소비자가 그렇게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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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는 여기에 204.02원의 마진을 붙여 리터당 1568.65원의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휘발유를 판매하는 것이다.
결국 세금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나타나는 착시 효과 때문에 소비자들이 ‘오를 때 빨리 오르고 내릴 때 천천히 내리는’ 것처럼 느낀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도 고려해야 하고 기본적으로 부과되는 세금이 많다 보니 소비자들이 체감하기에는 국내 휘발유값이 항상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에 공급되는 휘발유의 80% 이상이 중동산 원유를 수입·정제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에 따라 휘발유 공급가를 결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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