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게놈 연구의 권위자인 크레이그 벤터(Venter) 박사와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해밀턴 스미스(Smith) 박사 등 17명으로 구성된 미국 연구팀은 화학물질을 조합, 생명체 중 구조가 가장 단순한 박테리아인 '미코플라스마 제니탈리움'의 게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조그만 바이러스를 합성했다는 보고는 있었지만, 이런 크기의 박테리아가 만들어지기는 처음"이라고 25일 보도했다.
24일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연구팀은 5년 전 연구를 시작하면서 아데닌(A)·구아닌(G)·티아민(T)·시토신(C) 등 DNA를 구성하는 4개 염기성 물질이 5000~7000개씩 이어진 염기서열 '사슬' 101개를 확보했다. 이후 이들을 화학적 방법으로 이어 붙여 '미코플라스마 제니탈리움'과 똑같은 게놈을 만들어냈다.
▲ 미국의 크레이그 벤터 박사 연구팀이 24일 공개한 합성 박테리아‘미코플라스마 라보라토리움’의 게놈(생물 유전체) 사진들.
이 새로 만든 게놈의 이름은 실험실(laboratorium)에서 만들었다는 의미에서 '미코플라스마 라보라토리움'으로 정해졌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윤성호 선임연구원(36)은 "크기가 더 큰 인간 게놈도 만들어낼 가능성을 연 획기적 성과"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합성기술을 이용, 수소와 같은 청정연료를 생산하거나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기능을 가진 '맞춤형 박테리아'를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이번에 합성한 박테리아를 살아 있는 세포에 넣어 실제로 기능을 하는지 실험할 예정이다.
스미스 박사는 "세포의 '운영 소프트웨어'만 다시 쓰는 것이지, 게놈 자체를 바닥부터 새로 만드는 건 아니다"고 밝혔지만 "연구과정에서 괴생물체가 탄생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