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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키도 가늠할 수 없는 노란 풀대가 찌를듯 솟았다. 한 치도 내디딜 수 없게 막아섰다. 여기가 어딘지 구분조차 안 된다. 그저 ‘색’만 보인다. 노랗게 변해가는 시간만 보인다. 저들도 한때는 초록의 절정기를 보냈을 터. 작가 김지선(34)이 마주했던 공간 그 어디에서 말이다.
그럼에도 작가가 ‘그곳’에서 얻어내려는 ‘어떤 것’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캔버스 작업 전 특정 공간에서 며칠간 일기처럼 사운드를 녹음하고, 영상·사진을 촬영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니까. 그러곤 밑그림도 없이 공감각적으로 경험한 풍경을 재구성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결국 이렇게 남았나 보다. 거칠고 굵은 ‘색’이 추상으로 변해버린 ‘시간’을 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