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연이은 분양가 규제에 강남 재건축 단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HUG의 강화된 분양가 심사 기준을 피해 후분양을 고려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규제 끝판왕 격인 분양가상한제 카드를 꺼내 들 것을 시사해서다. 서울 등 규제 지역에 대한 분양시장 규제 강화는 결국 ‘재건축 단지 분양 연기→ 주택 공급 부족→ 새 아파트 희소성 부각→ 주택시장 재상승’이라는 악순환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만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전면 확대한다고 해도 후분양 추세로 전환하는 분양시장 판도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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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을 강화하자 후분양을 선택하거나 분양 일정을 무기한 연장하는 재건축 단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서울 등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분양가 산정 시 주변 분양가의 100~105%를 넘지 않도록 한 이 제도는 지난 24일부터 시행 중이다.
이번 HUG의 분양가 통제에 서울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 조합은 최근 대의원 회의를 열고 예정됐던 일반분양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강남권에서 후분양제가 적용되면 2008년 6월 ‘반포자이(반포주공3단지 재건축)’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이 단지 조합은 주변 시세와 입지 등을 고려해 3.3㎡당 분양가를 4700만원 이상으로 요구했으나, HUG가 개정된 규정 적용으로 이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을 제시하자 분양 일정을 미뤘다. 지난 4월 인근인 일원동에서 분양했던 ‘디에이치 포레센트’ 일반분양가를 적용하면 3.3㎡ 4569만원인데 이는 희망 분양가나 주변 시세에 비해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게 조합 측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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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후분양을 선택해 나중에 주변 시세와 비슷한 고분양가로 책정한다고 해도 정부가 재차 규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며 “높은 금리 부담과 자금 조달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중소건설업체에 대한 지원책이 뒷받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 강행해도…재건축 단지 “별 영향없다”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확대 카드를 빼들자 후분양을 고려 중인 단지들의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다. HUG의 분양보증 심사를 피해 주변 시세와 비슷한 분양가를 책정할 예정이었지만, 재차 분양가를 후려칠 수 있는 상황에 맞닥뜨려서다. 업계 전문가들은 규모가 큰 대단지와 중소단지 간 선택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송인호 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후분양은 최소 2~3년 후의 주택시장이 안정적으로 갈 경우를 가정하는 것이라 사업성이 월등한 일부 단지를 제외하고는 선택하는 곳이 예상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며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다면 사업규모가 큰 대단지는 손실을 우려해 분양 일정을 멈출 수 있지만, 수백가구에 불과한 중소단지는 후분양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후분양에 따른 분양가가 급등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후분양을 할 경우 분양가 통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조합이 새 아파트 희소가치를 반영해 주변 시세보다 비싸게 책정할 수도 있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서울 아파트 후분양이 늘어나면 향후 2~3년 간 공급 물량은 끊기게 될 것”이라며 “강남권의 주택 수요는 꾸준한 데 여러가지 규제로 공급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희소성이 높아져 집값이 다시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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