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중 족쇄’ 묶인 강남 재건축… 매수·매도자 줄다리기 ‘팽팽’

무섭게 치솟던 재건축 집값 주춤
25일 장기보유자 전매허용이 변수
"똘똘한 한채 인기..매물 안 내놔"
"집값 조금이라도 떨어진 곳 없나"
매도·매수자 치열한 눈치보기
  • 등록 2018-01-24 오전 5:30:00

    수정 2018-01-24 오전 5:30:00

그래픽=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매물요? 집주인들이 물건을 움켜쥐고 내놓지 않고 있어요. 정부의 압박에도 꿈쩍 않는 모습입니다. 반면 매수 대기자들은 잇단 재건축 규제 소식에 조금이라도 떨어진 가격에 매물을 구하려고 안달난 상황입니다.”(서울 송파구 신천동 H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치솟는 서울 강남 집값을 꺾기 위한 정부와 이에 맞서 버티기에 들어선 시장 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정부는 현재 강남 재건축시장을 과열로 진단하고 지난주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부동산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무기한 ‘끝장 단속’에 나선데 이어 재건축 연한 및 안전진단 강화, 재건축 예상 부담금 발표 등 직·간접적 규제를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사실상 ‘강남 재건축으로 돈 벌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무서운 속도로 가격이 오르던 강남 재건축 시장도 잠시 숨을 멈추고 쉬어가는 분위기다. 당장 오는 5월 ‘세금 폭탄’이 될 수 있는 재건축 부담금 예정 통지서가 나올 예정인데다 연내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강화 방안 실행이 유력해 보이기 때문이다. 오는 25일부터 재건축 아파트 장기 보유자(10년 보유+5년 거주)에 한해 입주권 양도 금지가 해제돼 시장에 매물이 늘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떠올랐다. 하지만 규제 영향에서 벗어난 ‘똘똘한 한채’를 찾는 수요가 여전한데다 집주인들도 일정 가격 이하로는 매물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라 아직까지 매매가격은 특별한 변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재건축 연한 강화 ‘불똥’

23일 서울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강남4구 아파트 매매 거래량(신고건수 기준)은 22일 기준 1705건을 기록했다. 하루 평균 77.5건이 거래된 셈이다. 아직 10일 정도 기간이 남았지만 올해 1월 거래량은 이미 지난해 1월 총거래량(940건)을 크게 웃돌고 있다. 보통 1월은 전통적으로 부동산 거래 비수기로 통하지만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도 강남 집값이 상승세를 이어가자 조바심을 느낀 수요자들이 이달 초에 대거 추격 매수에 나선 영향이다.

전체 거래는 늘었지만 이달 중순 이후 정부가 규제를 쏟아내자 과열됐던 분위기는 가라앉고 있다. 특히 국토부는 지난 21일 재건축 부담금 예상금액을 발표하며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 단지 조합에 강력한 엄포를 놓았다. 강남4구 조합원 1인당 평균 재건축 부담금이 4억3900만원, 최고 8억4000만원에 달한다는 내용이었지만 시장 예상치와 괴리가 너무 커 재건축 조합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S공인 관계자는 “이미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해 초과이익 환수제 부담을 피한 개포주공 1~4단지(저층)의 경우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지만, 중층인 주공 5·6·7단지는 아직 사업 진행이 많이 남아 있어 일부 주민들이 사업을 늦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아파트 재건축 허용 연한과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할 것임을 밝히자, 올해로 준공 30년차를 맞아 가파르게 오르던 아파트 단지들은 좌불안석이다.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는 당초 올 상반기 내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하반기 정비계획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방이동 G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기대감에 최근 한달 새 2억원 가까이 오르던 아파트값이 사업이 연기 우려에 추격 매수세가 다소 주춤한 상황”이라며 “이 아파트 전용 83㎡형은 지난 주 최고 14억5000만원을 호가했지만 급매물이 나오며 14억 초반까지 내려갔다”고 말했다.

◇“부담금 변수에도 똘똘한 한채 쏠림 지속”

이달 25일부터 재건축 아파트 장기 보유 조합원에 한해 허용되는 입주권 양도가 재건축 시장의 변수로 떠오를 지 주목된다. 8·2 부동산 대책에 따라 투기과열지구에 묶여 매매거래가 불가능했던 일부 조합원 매물이 시장에 풀려 매매거래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다만 거래 당사자 간 가격 갭(매수·매도 희망가)이 워낙 커, 실제 거래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게 주변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서초구 반포동 B공인 관계자는 “이미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한 반포주공1단지 전용 84㎡를 갖고 있는 장기 보유자가 매매거래가 가능할 당시 보다 높은 34억원 시세로 매물을 내놓은 경우가 있지만 정작 그 가격대에 살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이달 25일 이후에도 특별히 주변 시세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면서 재건축 연한 및 안전진단 기준을 통과하고, 아직 입주권 매매 거래도 가능한 단지는 귀한 몸으로 떠오르고 있다. 1978년 준공된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는 사업 장기화로 조합이 설립된 현재 시점에도 조합원 지위 양도(입주권 거래)가 가능하다. 이 단지 전용 76㎡형은 일주일 새 1억원이 오른 20억원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1978년 준공해 재건축 연한을 이미 훌쩍 넘었지만 아직 사업 초기 단계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2차 아파트도 가격 상승세가 무섭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이 단지 전용 93㎡형은 올 들어서만 2억~3억원이 넘게 올라 최고가인 20억원에 육박한다”며 “이미 가계약을 체결한 집주인이 며칠 새 집값이 오르는 것을 보고 계약을 포기하려는 전화도 걸려오고 있다”고 귀뜸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 재건축 시장이 위축될 수 있지만 규제가 강해질수록 ‘똘똘한 한채’(강남 재건축 단지)에 대한 수요 쏠림이 더욱 커질 수 있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강남권 진입 수요를 끌어들이기 위한 공급 계획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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