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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대규모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계획으로 수도권 토지시장에 큰 장이 섰다. 그린벨트 해제가 예정된 지역 주변 일대를 중심으로 땅값 상승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규제 무풍지대인 토지 쪽에 불어올 투기 바람이 결국엔 집값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투기 및 난개발 방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토지 매입 문의 늘어… 땅값 호가 위주로 ‘껑충’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정부가 주거복지 로드맵에서 공개한 경기도 성남 금토·복정동, 부천 원종·괴안동, 의왕 월암동 등 공공택지지구로 개발하는 그린벨트 해제 예정지 주변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발표 이후 며칠 새 해당 구역 토지 소유주들이 토지 수용 보상가와 향후 가격 전망 등을 문의하는 전화가 부쩍 늘었다고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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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토동 G공인 관계자는 “땅주인들 가운데 토지 수용 여부나 보상가 수준에 대해 물어보는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며 “지구 지정 시점의 시세가 수용가격에 반영되는 만큼 그전까지 땅값이 얼마나 오를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철희 KR부동산아카데미 대표는 “그린벨트 해제와 신규 택지 개발을 계획대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기반 조성이나 수용 관련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예산 확보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해 공개한 9곳 외에도 30여곳의 그린벨트를 더 풀어 공공임대주택은 물론 민간 분양주택도 공급할 계획이다. 특히 아직 확정되지 않은 해제구역 중 서울 그린벨트가 포함될 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남 업무단지와 비교적 가까운 서울 세곡·내곡지구, 강동구 상일동, 송파구 방이동 등이 유력한 후보지로 꼽힌다. 해당 지역 중개업소들에는 토지 매물이 있는지, 시세는 어느 정도인지,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문의전화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거복지 로드맵이 ‘투기 로드맵’ 되나… 난개발 우려도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거의 매달 집값 안정을 위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토지 분야는 말 그대로 ‘규제 무풍지대’에 놓여 있다. 따라서 그린벨트를 풀어 신규 택지를 개발한다는 정부 계획에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부성 부동산자산관리연구원 대표는 “그린벨트 해제 계획은 해당 지역과 주변 땅값을 끌어올리는 재료가 될 것”이라며 “땅주인들이 얼마나 높은 수준의 보상가를 기대하는 지가 시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난개발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과거 그린벨트를 해제해 임대주택 등 공공주택을 지었던 사례를 살펴보면 해제 지역 주변으로 또다른 개발이 확산되면서 난개발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정규석 녹색연합 정책팀장은 “그린벨트 해제로 인해 주변 개발 압력이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향후 공공주택 개발이 가능한 그린벨트 지역에 대해서는 발표 이전부터 관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장은 “과거 해제된 그린벨트 지역이 난개발된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그린벨트 해제는 상당히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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