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대책없이 풀리는 그린벨트..춤추는 금토·원종 땅값

공공택지지구 개발 9곳 땅값 꿈틀..금토·원종 3.3㎡당 호가 2배↑
그린벨트 해제지역 투기광풍 예상
땅값 끌어올려 집값 상승 도미노
해제 예상지 인근 난개발 우려도
"정부, 그린벨트 해제 발표 전 관리 가능한 제도적장치 갖춰야"
  • 등록 2017-12-05 오전 5:30:00

    수정 2017-12-08 오전 10:47:26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현재 3.3㎡당 150만원 정도 하는데 장담할 수는 없지만 최소 30% 정도는 더 오르지 않을까 싶네요. 겨울철 부동산 비수기에 접어들었지만 그린벨트 해제 소식이 나오면서 주변 지역 토지시장이 꿈틀대는 분위기입니다.”(부천시 원종동 D공인 관계자)

정부의 대규모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계획으로 수도권 토지시장에 큰 장이 섰다. 그린벨트 해제가 예정된 지역 주변 일대를 중심으로 땅값 상승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규제 무풍지대인 토지 쪽에 불어올 투기 바람이 결국엔 집값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투기 및 난개발 방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토지 매입 문의 늘어… 땅값 호가 위주로 ‘껑충’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정부가 주거복지 로드맵에서 공개한 경기도 성남 금토·복정동, 부천 원종·괴안동, 의왕 월암동 등 공공택지지구로 개발하는 그린벨트 해제 예정지 주변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발표 이후 며칠 새 해당 구역 토지 소유주들이 토지 수용 보상가와 향후 가격 전망 등을 문의하는 전화가 부쩍 늘었다고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은 전했다.

그린벨트 해제 계획이 공개된 지역들의 개발제한구역 내 전(밭)의 실거래가격 및 현재 호가(단위: 3.3㎡당 만원, 자료: 국토교통부, 현지 중개업소)
이미 토지시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아파트에 대한 규제가 강화하면서 ‘풍선효과’(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부풀어 오르는 것)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상태다. 그린벨트로 묶인 수도권 외곽 토지가 연초보다 적잖게 오른 가격에 거래된 사례가 적지 않다.

여기에다 정부가 최근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해 수도권에 대규모의 그린벨트를 풀어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히자 해제 예정지를 중심으로 토지시장이 호가(부르는 값) 중심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 그린벨트 내 전(밭)은 지난 7월 3.3㎡당 1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금은 도로가 붙어있는 물건의 경우 25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부천시 원종동 그린벨트 내 밭도 지난 7월 3.3㎡당 70만원에 거래됐던 것이 현재는 2배 이상 높은 150만원부터 흥정을 시작해야 한다.

금토동 G공인 관계자는 “땅주인들 가운데 토지 수용 여부나 보상가 수준에 대해 물어보는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며 “지구 지정 시점의 시세가 수용가격에 반영되는 만큼 그전까지 땅값이 얼마나 오를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철희 KR부동산아카데미 대표는 “그린벨트 해제와 신규 택지 개발을 계획대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기반 조성이나 수용 관련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예산 확보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해 공개한 9곳 외에도 30여곳의 그린벨트를 더 풀어 공공임대주택은 물론 민간 분양주택도 공급할 계획이다. 특히 아직 확정되지 않은 해제구역 중 서울 그린벨트가 포함될 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남 업무단지와 비교적 가까운 서울 세곡·내곡지구, 강동구 상일동, 송파구 방이동 등이 유력한 후보지로 꼽힌다. 해당 지역 중개업소들에는 토지 매물이 있는지, 시세는 어느 정도인지,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문의전화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거복지 로드맵이 ‘투기 로드맵’ 되나… 난개발 우려도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거의 매달 집값 안정을 위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토지 분야는 말 그대로 ‘규제 무풍지대’에 놓여 있다. 따라서 그린벨트를 풀어 신규 택지를 개발한다는 정부 계획에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부성 부동산자산관리연구원 대표는 “그린벨트 해제 계획은 해당 지역과 주변 땅값을 끌어올리는 재료가 될 것”이라며 “땅주인들이 얼마나 높은 수준의 보상가를 기대하는 지가 시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투기수요 증가로 땅값이 오르면 부동산 투자 심리가 살아나 주변 집값까지 끌어올릴 가능성도 크다. 결국 발표한 주거복지 로드맵이 ‘투기 로드맵’이 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개발 기대감에 단기적으로 투자 수요가 몰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며 “향후 거품이 빠지면 시장에 큰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난개발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과거 그린벨트를 해제해 임대주택 등 공공주택을 지었던 사례를 살펴보면 해제 지역 주변으로 또다른 개발이 확산되면서 난개발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정규석 녹색연합 정책팀장은 “그린벨트 해제로 인해 주변 개발 압력이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향후 공공주택 개발이 가능한 그린벨트 지역에 대해서는 발표 이전부터 관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장은 “과거 해제된 그린벨트 지역이 난개발된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그린벨트 해제는 상당히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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