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식품인증 규제에…속 끓이는 K라면

15일부터 할랄 외에도 식품인증 받아야
카타르, 최근 라면 수출 성장세
라면업계 수출시 추가 비용·시간 부담에 한숨
정부도 움직여 “카타르 측과 지속 타진”
  • 등록 2024-02-19 오전 5:45:00

    수정 2024-02-19 오전 5:45:00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최근 떠오르고 있는 ‘한국라면 수입국’ 카타르가 식품 규제를 시행하면서 국내 라면업체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카타르는 중국·미국처럼 절대적인 수출량이 많진 않지만 최근 2~3년새 급격한 주요 수출국으로 떠오르면서 잠재력 있는 시장으로 꼽힌다. 한류 붐을 타고 본격적으로 외형을 키워가려는 시점에 규제가 추가되자 업체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1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카타르로 수출하는 국내 식품들은 적합성 인증서(CoC)를 받아야 한다. 이번 수입 규제 조치는 한국과 필리핀의 가공식품 등이 포함된다. 이에 해당되는 식품업체들은 카타르 정부가 지정한 업체를 통해 인증서를 발급받고 통관 과정에 제출해야 한다.

카타르는 이슬람 국가여서 국내 업체들은 기존에도 할랄 인증을 받아 왔다. 이번 인증은 할랄 인증과는 별개다. 특히 유효기간도 4개월로 상당히 짧고 발급까지 걸리는 시간도 10일 이상이다. 발급 비용도 수출 선적 건당 약 100만원 수준이다.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식품 수출업체들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카타르의 이 같은 수입 규제가 시행되자 가장 당혹스러워 하는 곳은 국내 라면업계다. 관세청에 따르면 카타르로 수출하는 국내 라면은 2023년말 기준 232t, 액수는 106만7000달러 수준이다. 주요 수출국 1, 2위인 중국(1억7445만달러), 미국(1억70만달러)과 비교하면 10분의 1도 되지 않는 규모지만 최근 상승세가 가파르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2019년만 해도 K라면의 카타르 수출액은 39만 달러였지만 4년 만에 약 3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라면의 카타르 시장 점유율은 34.6%로 압도적인 1위다. 2위 레바논(13.0%)과 3위 영국(7.3%) 등과 비교해도 격차가 상당하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카타르에서 K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삼양라면의 ‘불닭볶음면’ 등의 챌린지도 많이 이뤄졌고 현지 대형 유통점에도 K라면들이 주요 진열대를 차지할 정도”라며 “아직 절대적인 수출량은 중국, 미국에 미치진 못하지만 잠재력이 높은 곳”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농심(004370), 삼양라면 등 국내 라면업체들도 전략 수출지역으로 카타르를 꼽고 수출 확대를 꾀하고 있지만 수출 규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내 라면업체들 중 중동지역에 활발하게 수출 중이었던 업체들이 더 그렇다. 업체들은 카타르 측이 별다른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규제를 추진한 것이어서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라면보다도 다른 식품군에서 라벨링에 아랍어 표기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이슬람 율법에 어긋나는 알코올 성분이 검출되는 등의 문제가 발단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라면업체 A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 통보는 이미 받았다”며 “당초 올해 1월1일 시행했던 것을 2월로 유예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카타르 정부로부터 규제 이유에 대해 정확한 사정을 들은 바 없어 당혹스럽다”며 “일단 카타르 정부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B사 관계자는 “인증서 발급부터 대행까지 비용이 더 들어 우리로선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리드 타임(선적에서부터 고객까지 전달되는 기간)도 기존대비 2~3주 가량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비용 부담을 포함해 전반적인 카타르 수출 절차나 기간 등을 다시 조정하는 것도 손이 가는 부분이다. 우리 정부도 업체들의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대응에 나섰다.

주무부처인 농림식품축산부 관계자는 “업체들이 인증을 받기 위한 준비를 미리 도와주거나 농림축산부 자체적으로 보유한 인증지원사업비를 활용할 예정”이라며 “카타르 정부와도 지속적으로 규제완화를 위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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