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의혹 제기 19개월…'모르쇠·비협조' 일관했던 朴

靑, 태블릿PC 보도 직전 "봉건시대도 불가능" 주장
하야·검찰·특검 수사 거부 이어 재판마저 '보이콧'
  • 등록 2018-04-06 오전 5:00:00

    수정 2018-04-06 오전 10:40:42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관련 사건일지. (그래픽=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직후부터 부인이나 책임 회피로 일관했다. 아울러 대통령 신분을 앞세워 검찰 수사와 재판에도 비협조로 버텼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를 통한 국정농단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2016년 9월이었다. 최씨 주도로 설립된 미르·K스포츠재단의 출연금 모금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 박 전 대통령은 그러나 이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이화여대 학사농단 의혹까지 더해졌지만 이원종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은 청와대는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고발 사건을 접수한 검찰도 사건을 특수부가 아닌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 배당했다. 압수수색이 늦어지자 “수사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태블릿PC 보도로 상황 급반전·검찰·새누리 움직여

상황은 같은 달 24일 JTBC의 태블릿PC 보도로 급반전됐다. 최씨의 존재가 처음으로 공식 확인된 순간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다음날 곧바로 기자회견을 통해 최씨에 대한 문건 유출에 대해 인정했다. 여론이 돌아섰고 검찰은 수사팀을 특별수사본부로 확대해 강도 높은 수사에 나섰다. 방어에 주력하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도 특검 도입 찬성으로 선회했다.

10월30일 독일에서 체류하던 최씨가 전격적으로 귀국했다. 검찰의 수사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정치권에선 박 전 대통령 하야와 탄핵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박 전 대통령은 하야는 물론 2선 후퇴도 거부하며 버텼다. 그는 최씨 구속 다음 날인 11월3일 “참담한 심정”이라면서도 책임을 최씨에게 돌렸다. 국회는 같은 달 17일 여야 합의로 특검법안과 국정조사 개최안을 통과시켰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이 자신을 입건하자 다음 날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조사 거부 입장을 밝혔다. 헌법상 현직 대통령은 재임 중 내란이나 외환 범죄가 아닌 경우 수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박영수 특검도 11월30일 출범했다. 국회는 박 전 대통령의 버티기가 계속되자 12월9일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특검은 삼성 뇌물의혹 등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공여 의혹으로 구속해 재판에 넘기는 등 수사에 속도를 냈다. 아울러 뇌물공여자인 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에 수사도 시도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거부로 직접 수사 없이 활동을 종료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3월10일 마침내 만장일치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결정했다. 검찰은 자연인으로 돌아간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출석을 통보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결국 파면 11일만인 3월21일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 섰다. 검찰은 이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서울중앙지법은 같은 달 31일 영장을 발부했다. 전직 대통령으로선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20여년만의 구속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방인권 기자)
◇법정서 만난 ‘40년 지기’ 崔 철저히 외면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17일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지난해 5월23일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며 40년 지기인 최씨와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았지만 서로 철저히 외면했다. 변호인단은 재단 말단 직원 등 수백명을 증인으로 나오도록 하며 재판을 지연시켰다. 법조계에선 6개월인 구속기한을 넘겨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하려는 전략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주 4회 재판 강행군 속에서도 몇차례는 아프다며 재판에 불출석한 것을 제외하면 비교적 재판에 열심히 임했다.

검찰은 구속영장 만료일이 임박해 이미 집행 중인 구속영장에 기재돼 있지 않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추가로 발부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도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이를 받아들여 구속영장을 새로 발부했다. 새로이 구속기한이 6개월 늘어나게 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지난해 10월16일 재판 후 처음으로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발언을 하며 재판부를 맹비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추가 구속영장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정치적 외풍과 여론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재판 보이콧 선언이었다. 변호인단도 함께 사임계를 냈다.

결국 재판부는 국선변호인단을 지명해 한 달 후 박 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는 상태에서 재판을 재개했다. 이렇게 3개월 넘게 궐석재판이 이어졌다. 검찰은 지난 2월 결심공판에서 “헌정질서를 유린해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시키고 분열과 혼란을 초래했음에도 반성과 사과 의지가 없다”며 징역 30년과 벌금 1185억원을 구형했다. 최씨보다 높은 구형이었다. 앞서 국정농단의 주요 피고인들에 대한 선고는 속속 나왔다.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던 이재용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최씨는 1심에서 징역 20년에 벌금 180억원, 추징금 72억 9427만원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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