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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의 경우 수주 실적이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가 하락 여파로 수주 텃밭인 산유국과 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대규모 인프라·플랜트 발주 물량을 줄인 게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한 글로벌 경제 침체 전망까지 나오면서 올해 하반기 해외 수주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국내 주택사업도 녹록지 않다.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이 줄면서 건설사들이 주택사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택지가 부족한 데다 그나마 사업성이 있는 도시정비사업에 업체들이 몰리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져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해외건설 시장이 유가 하락으로 큰 타격을 입은 데다 주택사업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먹거리가 줄고 있다”고 푸념했다.
저유가 등 곳곳에 암초…“중장기 사업 전략 모색해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업계는 올해 초부터 이달 18일까지 총 153억 3799만 달러(약 17조 4086억원) 규모의 해외 수주 물량을 확보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60억 9820만 달러)과 견줘 41% 감소했고,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수주 건수도 전년 동기(309건) 대비 2% 줄어든 303건을 기록했다.
이처럼 해외건설 수주 실적이 나빠진 것은 중동 국가들이 저유가로 인해 발주 물량을 줄이고 있어서다. 실제로 올 상반기 중동지역 해외건설 수주액은 지난해 상반기(71억 12만 달러)보다 33% 감소한 47억 7773만 달러를 기록했다. 통상 해외건설 수주는 하반기에 집중되는 특징이 있지만 올해만큼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브렉시트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선까지 하락했지만 배럴당 최소 70달러 선은 회복해야 발주가 살아날 것으로 예상했다. 손태홍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가 461억 달러를 기록해 전년(660억 달러) 대비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브렉시트와 잇단 테러, 경제 성장 하향 발표 등이 복합적으로 겹치면서 올해 해외건설 실적은 지난해보다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이 중장기적으로 해외시장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은중 해외건설협회 진출지원실장은 “해외건설 실적 악화는 예견된 만큼 해외시장의 환경 변화에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사업 전략을 세우고 집중적인 지원 방안을 수립·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6월까지 국내 10대 건설사들이 수주한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총 5조 6812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수주액 18조 3960억원의 3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건설사들은 정비사업 수주가 힘들어지자 컨소시엄 형태로 사업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대형 건설사가 올해 상반기 수주한 정비사업은 총 27건(공동수주 각각 집계)으로 이 중 59.3%(16건)가 컨소시엄을 통해 진행됐다. 이는 지난해 48%와 비교해 1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SK건설의 경우 올해 수주한 5개 사업지 중 4곳을 컨소시엄 형태로 따냈다.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시장에서 무한 경쟁체제로 돌입하면서 올해 하반기에도 실적을 올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대형 건설사들의 독점 무대였던 도시정비사업에 중견 건설사들이 뛰어들면서 정비사업장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게 됐다”며 “협업체제가 강화돼 컨소시엄 형태로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하는 횟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