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철 경제칼럼니스트]자금의 공급자와 수요자를 직접 연결하는 중앙은행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CBDC) 제도가 정착되면 자금이 필요한 곳에 실시간으로 이동하는 효과가 크다. 한쪽에서는 대기성 자금이 떠돌고 다른쪽에서는 자금이 부족해 혼란스러운 자금경색 현상은 금융 중개 기능이 불완전해 생기는 부작용이다. 중앙은행 플랫폼에서 자금의 공급자와 수요자를 곧바로 연결해 균형을 이루게 하면 시장 기능에 따라 유동성 부유와 동시에 자금경색 현상을 바로잡을 수 있다.
CBDC 제도가 성공적으로 도입되면 자금의 불필요한 이동이나 적체로 말미암은 금융 불안 현상이 상당폭 축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금의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루게 해 금리가 합리적으로 결정돼야 오랫동안 지속돼 온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의 불균형 상황을 해소할 수 있다. 실물과 금융이 균형을 이루면 산업구조 변화에 금융이 신속하게 대응하는 한편 대내외 불확실성이 닥쳐도 시장 스스로 충격을 흡수해 금융 본래의 기능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다.
관리통화제도 아래서 경제적 위험은 유동성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금리·주가·환율 같은 돈의 가격을 왜곡해 누군가 특별이익을 챙기면서 비롯된다. 실물부문이 부담하는 금융중개 비용이 커질수록 자금이 비생산적 부문으로 흘러 불확실성과 위험이 커지기 마련이다. 무엇인가 만들어내는 실물부문에서 창출한 부가가치를 아무것도 만들지 못하는 금융부문이 더 많이 차지하는 부조리가 쌓여가면 불확실성이 커진다. 효율적 금융시장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대내외 위험과 불확실성을 완충시키는 자정작용을 할 수 있다. 통제 사각지대인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은 위험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한층 크다.
CBDC 제도가 정착되면 예금금리를 높이고 대출금리를 낮춰 금융 중개 기능 효율화를 기대할 수 있다. 아무것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금융기관이 갑의 위치에서 예금자에게는 낮은 금리를 지급하고 무엇인가 만들어 내는 기업으로부터는 높은 금리를 받아 금융 중개 비용을 한껏 올리는 행태를 예방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금융혁신으로 가계와 기업이 부담하는 금융비용이 줄어들면 국민경제의 수요능력과 공급능력을 동시에 높여 산업경쟁력을 확충시키는 효과가 기대된다.
화폐경제 체제에서 부가가치 창출과 무관하게 움직이는 돈이 늘어날수록 불확실성과 위험을 잉태하다가 지나치면 경제위기로 진전된다. 파장이 어떻게 번질지 모를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는 소비자와 판매사를 중개하며 상품 판매 대금을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유용하는 그림자금융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가 판매자에게 지불하는 상품 대금을 이커머스 업체들이 중간에서 받아 최장 60일까지 돌려쓰면서 부조리가 쌓여갔다. 판매 대금 지급유예와 상품권 할인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그림자 금융을 통해 영역을 넓혔다. 욕심이 점점 커가자 ‘규모의 경제’를 표방하며 국내외 판매망 확장에 주력하다 불거진 그림자 금융이 부실을 알게 모르게 키웠다.
CBDC 제도가 정착되면 중앙 플랫폼을 통해 돈의 흐름을 자동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가 상품을 수령하고 판매자에게 대금을 직접 지불하면 판매자는 중개업체에 중개수수료를 지불해 거래가 종결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판매 대금을 중개업체가 장기간 유용해 얻는 불로소득인 금융이익을 예방할 수 있다. CBDC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정착하면 사실상 남의 돈으로 문어발 확장을 추구하는 욕심 사나운 그림자금융의 폐단이 쉽게 드러난다.
CBDC 시스템 도입으로 금융 관련 정보가 한곳에 집중됨에 따른 부작용도 미리부터 경계해야 한다. 돈의 이동 정보를 모두 거머쥔 ‘빅 브라더’가 출현해 돈의 경로를 한눈에 파악하고 특정인을 괴롭힐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금융 관련 정보 누수 방지 시스템을 사전에 면밀하게 구축해야 한다. 혁신에는 예기치 못하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기존 이익집단의 반발도 거세겠지만, 가야 할 길이라면 공공이익을 위해 머뭇거리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