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군에서는 매년 7월부터 ‘초조주’ 릴레이가 시작된다. 소령 진급자 발표를 시작으로 매달 진급 인사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를 비롯해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있는 서울 용산,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부대에서 진급 대상에 오른 군인들은 동료들과 술로 초조함을 달랜다. ‘초조’라는 단어의 부정적 뉘앙스 때문에 ‘격려주’, ‘확신주’라는 용어도 파생됐다.
민간 조직에서도 승진이 중요하지만, 군에서의 진급은 모든 군인의 꿈이자 희망이다. 진급이 안되면 조기에 강제 전역을 해야하기 때문에 군인들은 장기복무 선발과 진급에 목을 맨다. 그러나 진급은 자기가 잘한다고 다 되는게 아니다. 이른바 ‘자력’이 좋지 않더라도 지휘관 등 상급자 눈에만 들면 진급할 수 있는게 군 인사시스템이기 때문이다.
| 자료사진(출처=육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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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장교 진급 심사 배점의 경우 100점 만점에 근무평정(고과표)이 70점, 교육 5점, 체력 5점, 지휘추천 10점, 자기개발(가점) 0.4점 등으로 구성된다. 근무평정을 매기는 사람이 1·2차 상급자이기 때문에 ‘상급자 바라기’가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진급 당해연도 지휘관이 부하들의 진급 서열을 매기는 지휘추천 배점이 상당해 진급 당락의 절대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근무평정을 여러 번 좋게 받았더라도 진급 당해연도에 지휘관 추천 서열을 못 받으면 진급이 안되고, 반대로 평정이 나빠도 지휘추천을 잘 받으면 진급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다 보니 온갖 인맥을 동원해 지휘관과 친분이 있는 상급자 등을 찾아 다니며 지휘추천 ‘청탁’을 하기도 한다.
게다가 지휘추천이 잘 되거나 숫자 자체가 많이 있는 보직에 있어야 진급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를 찾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힘들고 눈에 띄지 않는 보직은 가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소위 ‘좋은 보직’에 가지 못한 인원은 애초부터 진급 경쟁에서 뒤처져 근무 의욕이 저하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 (그래픽=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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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복무 심의 배점은 더욱 심하다. 장교 중 장기복무 선발은 2~3년차 때와 5년차 때 등 두 번의 기회가 주어지는데 지휘추천 배점이 100점 만점 중 각각 30점·25점에 달한다. 이에 더해 부대추천 10점도 있는데 이 역시 지휘관이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휘관 마음에 들어야 사실상 장기복무자로 선발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군이 본연의 임무와 무관한 지휘관의 성과 내기 이벤트에 매몰될 수밖에 없고, 그 시간에 해야할 교육훈련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수전사령관을 지낸 전인범 예비역 중장은 “지휘추천은 미군도 운용하는 제도인데 미군에선 참고 자료 중 하나에 불과하다”면서 “원래 취지는 지휘권을 확립하는데 있었지만, 한국군에서는 진급에서 막판 뒤집기가 가능한 제도가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