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계속된 고금리와 경기 부진으로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급증하고 있다. 벌이는 줄었는데 나가는 돈은 점점 늘고 있다. 대출은 갚을 길이 없고 새로 대출을 받으려 해도 금융권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코로나19 이후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 유예를 거듭하며 틀어막아 왔던 빚 폭탄이 위험 수위에 다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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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2분기 말 기준 개인 사업자 대출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은 1조4537억원으로 1년 전(1조 1119억원)보다 30.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액은 지난해 2분기 말 2070억원에서 올해 2분기 말 3164억원으로 52.9% 늘었다. 연체율도 0.24%에서 0.35%로 올랐다. 신한은행 연체액도 같은 기간 2106억원에서 2739억원으로 30.1% 증가했고, 연체율 역시 0.32%에서 0.40%로 상승했다. 하나은행은 이 기간 연체액이 2717억원에서 2860억원으로 5.3% 올상승했다. 연체율은 변함없이 0.5%로 높았다.
우리은행은 연체액이 작년 6월 말 186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2070억원으로 11.3% 늘었고, 연체율도 0.36%에서 0.41%로 상승했다. NH농협은행 연체액은 2366억원에서 3704억원으로 56.6%로 올랐다. 6월 말 연체율은 0.67%로 1년 전(0.44%)보다 0.23%포인트 뛰었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자료에선 전 은행권 개인 사업자 연체율도 지난 5월 말 0.69%로 1년 전(0.45%)보다 0.24% 올랐다. 2014년 11월(0.72%) 이후 9년 6개월 만의 최고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특히 자본력이 약한 소상공인과 개인 사업자들위주로 연체가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며 “금리 상황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앞으로도 수치는 더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시장에선 미국의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이 10월에 금리를 인하하지 않겠냐는 기대감 나타내고 있다. 다만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가계 부채 증가세와 불안한 환율 등이 기준 금리 인하를 가로막는 변수로 꼽힌다.
자영업자의 자금난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지난달 초 ‘소상공인 자영업자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정책 자금 상환을 최대 5년까지 연장해주는 내용 등을 담았다. 취임 후 첫 행보로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만난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엄중하다”며 “‘소상공인 자영업자 종합대책’의 핵심 중 하나인 새출발기금의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등 대책에서 발표한 내용을 차질 없이 준비해 나가겠다”고 했다.
다만 정부의 이 같은 지원책에도 대출 상환 유예 같은 ‘연명 치료’로는 연체를 줄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정엽 법무법인 로집사 대표변호사는 “매출이 없으면 대출로 고정비를 내면서 버텨야 하는데 이제는 대출 연장도 어려워져 (방법이) 개인 회생밖에 없다”며 “코로나 시절 대출을 계속 받은 것보다 오히려 그때 파산하는 게 나았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