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용품 업체도 '2차전지'..개미만 피눈물

2차전지 광풍에 신사업 추가하는 기업 급증
주가 급등했다 급락 사례도 다수
테마주 샀던 투자자만 '손해' 주의해야
  • 등록 2023-08-04 오전 5:20:00

    수정 2023-08-04 오전 5:20:00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전기그릴, 자가진단키트, 골판지, 샤오미 유통….’

에코프로그룹 등을 필두로 2차전지주 광풍이 휘몰아치자 코스닥 시장에 너도나도 관련 사업 진출을 선언하는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신사업 계획 발표와 함께 주가가 급등하며 관심을 끌고 있지만 2차전지 수급 쏠림 완화 등으로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증권가에서는 신사업만 보고 투자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주방용 가전기업인 자이글(234920)은 전 거래일 대비 1550원(9.03%) 내린 1만56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자이글은 지난달 28일 미국 2차전지 시장 진출을 위한 합작벤처 자이셀의 지분을 30% 취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상한가를 찍었다. 다음 날 장중 2만2400원을 기록한 후 상승분을 토해내며 고점 대비 30% 떨어졌다.

전자부품 기업인 소니드는 지난 3월 2차전지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진출을 선언한 뒤 5000원대였던 주가가 한 달 여 만에 7000원대까지 뛰었다. 그러나 주가는 고점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미끄러지며 4000원 아래까지 하락했다.

2차전지를 신사업으로 내세운 기업은 최근 1년새 급격하게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상장사 54곳이 2차전지를 사업목적에 새로 추가했다. 지난해 약세장 속에서 주도주로 군림한 ‘태조이방원(태양광, 조선, 이차전지, 방산, 원자력)’에 이어 올해는 2차전지 소재주를 중심으로 광풍이 불어닥치자 기업들이 너도나도 관련 사업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문제는 이들 기업 중 다수가 실제 신사업 확장보다 주가 급등을 노리고 사업목적을 추가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일부 기업은 본업과 무관한 사업을 전개하겠다고 밝혔고, 막대한 설비 투자비를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재무상황이 악화한 곳도 있었다. 한국테크놀로지(053590), 대한그린파워(DGP(060900)), 세원이앤씨(091090), 알파홀딩스(117670), 에이티세미콘(089530)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 중 대한그린파워만 상장사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나머지 기업은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결국 2차전지 테마주를 산 투자자들만 피눈물을 흘리게 된 상황이다. 미국 시장 진출을 선언한 자이글 역시 2021년과 2022년 각각 51억원, 27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그래핀 사업에 도전했다가 성과를 내지 못했던 철강재 기업 제이스코홀딩스도 올 초 2차전지 소재인 니켈 채굴 시작한다고 밝혔다. 2차전지 사업 기대감에 지난 4월에는 장중 5400원대를 찍기도 했으나 현재 주가는 연초 수준인 2400원대에 머물러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차전지 테마에 편승해 단기 수급을 따라가기보다는 산업과 기업들의 펀더멘털을 꼼꼼히 살펴보고 관련주에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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