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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은 한쪽 배우자가 밝힌 혼인계속의사가 잘못된 기록(오기)이나 보복적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배척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고 13일 밝혔다.
지난 2010년 결혼한 30대 후반의 부부는 그해말 딸을 하나 낳았지만 크고 작은 갈등을 겪어 왔다. 그러다 2016년 남편이 이를 참지 못하고 집을 나갔고 아내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했다. 그러나 1심은 남편에게 혼인관계 파탄에 대한 더 큰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남편의 청구를 기각했다.
남편은 이혼소송 제기 후 계속 별거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딸 양육비를 아내에게 지급하고 아내와 딸이 거주하고 있는 본인 명의 아파트에 대한 담보대출 채무도 변제했다.
아내는 남편에게 ‘딸을 만나려면 먼저 집으로 들어와야만 한다’고 고집했다. 남편은 관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부부 사이 견해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원심의 심리가 미진했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다시 돌려보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경우와 허용할 수 없는 경우를 어떻게 구분하느냐의 판단기준이다. 혼인계속의사의 구체적 판단기준과 판단방법 역시 또 하나의 쟁점이다.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보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는 경우는 예외다.
대법원은 또 남편이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과거 이혼청구 소송에서 기각 판결을 받았더라도 아내가 남편의 전면적인 양보만을 요구하거나 이미 혼인관계가 와해돼 회복될 가능성이 없어 협의이혼도 불가능해졌다면 남편의 유책성이 상당히 희석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지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하는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의 판단기준과 판단방법을 처음으로 구체화해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대법원은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이 이혼에 응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히는 경우, 그 배우자가 혼인유지에 협조할 의무를 이행할 의사가 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함을 최초로 명시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면서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너무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일뿐 적극적으로 인용하라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