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미식가가 아니라도 전남 담양을 여행 중이라면, 단박에 떡갈비를 떠올릴 것이다. 대나무의 고장에 왔으니 대통밥과 죽순 요리를 먹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국수 마니아라면 시원한 멸칫국물이 일품인 담양 국수거리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그래도 남도는 역시 한정식이 첫손에 꼽힌다. 물론 혼자 또는 둘이서 하는 여행이라면 부담이겠지만, 가족 또는 지인들과 함께한다면 한끼 쯤은 품격 있게 한정식집을 찾는 것도 좋다.
송강정을 지나 소쇄원으로 가는 한적한 농토 사이, 오랜 역사를 지닌 듯한 한옥으로 지어진 식당이 있다. 조용하고 아늑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데 ‘3대가 함께하는 집 전통식당, 명가’라는 간판이 멀리서도 보인다.
널찍한 주차장에 차를 대자, 멋스러운 한옥 대문과 같은 정문 식당이 보인다. 열린 대문 사이로 들어서면 아담한 정원이 펼쳐진다. 마치 시골 외가집에 온 듯한 느낌이다. 툇마루에 신을 벗고 올라서면 식당 직원이 방으로 안내한다. 이곳의 메뉴는 남도한정식. 메뉴판도 단출하게 딱 두 가지다. ‘가볍게’ 또는 ‘거하게’다. 가볍게는 기본 정식 코스인 ‘담양한상’이다. 거하게는 ‘소쇄원한상’으로 담양한상에 홍어찜과 보리굴비, 육전이 더해져 나온다. 각각 1인분 기준 1만 5000원과 2만 9000원이다.
3대가 함께하는 집 ‘명가’의 한정식 한상차림의 육전
담양한상에는 온갖 김치와 나물이 가득 올라온다. 여기에 토하젓을 비롯한 각종 남도젓갈과 홍어삼합과 소불고기까지, 보기만 해도 푸짐한 밥상이다. 소쇄원한상은 어마어마한 종류의 찬이 한꺼번에 차려진다. 어디부터 손이 가야 할지 한참을 두리번거리게 만드는 한상차림이다. 홍어삼합을 시작으로 홍어찜, 불고기, 떡갈비, 보리굴비, 석회젓 등 메인이라 불릴 요리들이 상을 가득 채운다.
3대가 함께하는 집 ‘명가’ 한정식 한상차림의 홍어찜
한정식을 맛있게 먹는 데는 요령이 있다. 음식은 대부분 주문과 함께 신선한 재료를 준비하므로 하루 전에는 예약해야 한다. 또 한정식은 나오는 순서대로 찬 음식은 차게, 더운 음식은 뜨거울 때 먹어야 제맛이다. 음식 그릇 위에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 사이로 오래된 한옥의 사연과 세월이 묻어나는 듯하다. 입과 코가 즐겁고, 눈과 귀까지 행복한 오감 여행을 완성하는 코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