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집단 고사, 잣나무 못 볼 수도···심각해지는 기후변화

'기후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 기후대응 행동 약속
온난화로 국내 산림 피해 커져···식목일 변경 의견도
열대수종 심기 등 대안···과학적 접근 있지만 역부족
  • 등록 2021-04-23 오전 5:42:27

    수정 2021-04-23 오전 5:42:27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기후변화가 전 세계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재작년 호주에 이어 작년에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 산불로 많은 산림자원이 훼손됐다. 동아시아지역에서도 극단적인 가뭄이나 홍수와 같은 재해·재난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22일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에너지 및 기후에 관한 주요 경제국 포럼(MEF)’ 17개 회원국과 초청국 23개국 정상들이 대책을 논의한 이유도 전 세계적으로 심각해지는 기후 변화의 영향을 심각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번 회의에서 주요국들과 탄소중립을 위한 강화된 기후대응 행동을 약속해 앞으로의 기후변화 대응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산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표적인 자원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탄소중립’으로 만들겠다는 정부 목표 달성의 핵심이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영향이 커지면서 산림면적이 줄어들고, 토종 나무들이 서식지를 잃어가고 있다. 산림 업계에서는 전통 견과류인 ‘잣’을 국내에서 생산하지 못하고, 흔한 나무였던 소나무도 보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미 시작된 기후변화가 우리 생활에 영향을 주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 생산된 잣을 구하기 힘들게 될 전망이다.(사진=이미지투데이)


국내 희귀종까지 전멸 위기, 집단 고사도 잦아져

기후변화에 따라 산림 분야에서는 크게 재해재난과 생태 측면에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여름철에 발생하는 폭우나 산사태는 산림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생태 측면에서도 피해가 크다. 우선 온도가 올라가면 병해충이 늘어난다. 겨울철에는 온도가 올라가고, 봄·여름철에 가뭄까지 겹치면 소나무와 같은 상록 침엽수가 집단으로 고사할 수밖에 없다. 지대가 낮은 지역에서는 소나무, 잣나무가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지대가 높은 지대에서는 구상나무, 분비나무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지대가 높은 지역에 있는 나무는 ‘산속 섬(Mountain Island)’이라고 부르는데 다른 지역으로 서식지를 옮기지도 못한 채 고립돼 죽는다. 제주도 한라산 일대 구상나무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나무를 심기 좋은 시기도 변했다. 나무는 땅이 녹는 시점 이후부터 잎눈이 트기 전에 심는 게 좋다. 기존에는 시기상 4월초가 나무를 심기에 좋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온도가 상승하며 국내 전문가들은 3월 중순을 나무 심기 좋은 시기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 식목일을 서둘러 앞당겨야 한다고 할 정도로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최정기 한국산림과학회장은 “기후변화에 따라 온도가 올라가면서 국내 소나무, 잣나무, 구상나무 등 나무들이 서식지를 잃고, 병충해 피해도 심해지고 있다”며 “나무 입장에서 볼 때 식목일을 옮겨야 하며, 2~4월을 국민이 나무를 심는 주간으로 확대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부 과학적 접근 이뤄지나 역부족

이러한 기후변화를 극복하기 위해 과학기술도 일부 동원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재해재난 분야에서는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산사태 조기 경보시스템을 도입하거나 드론을 화재 진행상황 파악과 진화제 살포에 이용하고 있다. 인공위성 영상이나 드론 영상으로 지형을 예측해 인력이나 차량 배치에도 활용하고 있다.

생태 측면에서는 기존 산림을 잘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나무는 나이가 들수록 탄소흡수율이 떨어지는데 업계에서는 이러한 늙은 나무를 베어 어린나무로 바꾸거나 기후변화에 적합한 열대수종을 개발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숲의 평균 나이는 40~50년이다. 나무는 통상적으로 30년 이상 자라면 탄소흡수율이 줄어든다. 나무가 자라면서 개체 간 경쟁도 심해져서 늙은 나무를 젊은 나무로 바꿔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생물학적으로 개체군의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며 멸종 위기 종이 환경에 적응하도록 유도하는 부분도 중요하다.

임종환 산림과학원 기후변화생태연구과장은 “멸종 위기에 처한 종자를 보관하고, 나무의 유전 특성을 파악해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해 개체군 집단 고사를 막기 위한 작업도 하고 있다”며 “특히 소나무는 산불과 병해충에 약하고 식생발달 초기종이라서 멸종될 가능성이 높아 변화하는 환경에서 저항력을 늘릴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과학적인 접근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인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가령 멸종위기에 처한 백두대간 정상에서 서식하는 나무들의 분포 현황과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기후변화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는 점에서 발로 뛰면서 변화를 추적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나무를 베고 심는 과정에서 다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고, 산림 바이오매스를 자원으로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도 이뤄져야 한다.

윤충원 공주대 산림과학과 교수는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월악산, 덕유산, 지리산 등 백두대간 정상에서 서식하는 수종들이 이미 기후변화가 오면서 대부분 사라지고 있고, 기존 서식 분포 연구도 부족해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기후변화에는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에 어떤 변화가 이뤄지는지부터 장기적으로 연구하며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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