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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시의 5년짜리 청년정책 기본계획이 새로운 사업은 없이 기존 사업을 한 데 모은 것에 불과해 ‘누더기 짜깁기’ 수준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선거 때 청년의 미래를 책임진다고 공언했지만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아 유명무실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박 시장은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 때 ‘청년 더 드림(The Dream) 통장’ 등 청년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그는 선거에서 “인천청년의 미래를 책임지는 인천특별시대 첫 시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취임 뒤 박 시장은 공약 이행에 나섰고 지난해 9월 인천시의 첫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기존 사업 모아 붙인 청년정책
청년기본조례를 근거로 한 기본계획은 청년 요구를 담은 신규 사업이 아니라 대부분 기존 사업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내용을 담아 청년층의 비판을 받고 있다. 전체 54개 사업 중 청년저축계좌 등 4개만 새 것이고 나머지 50개는 여러 부서가 추진하던 기존 사업을 모아 놓은 것이다.
시는 육아지원과가 해왔던 임신·출산 건강관리 지원,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출산장려 등의 사업도 청년과의 연관성이 많다며 청년정책 기본계획에 넣어 사업 수를 늘렸다. 청년들은 “기본계획이 기존 정책 짜깁기 수준으로 누더기가 됐다”며 “청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실적 쌓기용이다”고 비판했다.
청년 실망감 커져…“개선 요구”
시는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2019년 인천연구원에 9000만원을 주고 연구용역을 하고서 정작 용역 결과는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인천연구원은 청년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빈집활용 청년주거공간 확보, 청년문화향유 플랫폼, 청년예술인 지원 등 24개 정책을 신규 발굴해 추진할 것을 시에 제안했다. 그러나 시는 사업비 부족, 추진 의지 부족 등의 이유로 대부분 반영하지 않았다.
시는 기본계획에서 정책 비전으로 ‘청년의 도전을 응원하는 청년행복 1위 도시, 인천’을 제시했지만 관련 사업은 이를 실현할 수 있게 뒷받침하지 못했다. 비전만 거창할 뿐 알맹이가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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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시 계획을 보면 청년정책의 우선순위가 없고 청년의견을 반영해 중점 추진하는 것도 없다”며 “박 시장이 인천을 젊은 도시로 만들려면 청년정책 현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임신·출산 정책을 청년정책으로 둔갑하지 말고 청년이 지역에서 소통하며 자립할 수 있게 도움되는 정책을 추진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인천시 관계자는 “지난해 기본계획 수립 시 연구용역 결과를 폭넓게 반영하지 않은 것은 사업비 부족 등의 이유가 있었다”며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시청 전체 부서에 청년정책을 제안했지만 다수의 부서가 기존 사업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방향으로 회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부서에 신규 청년정책을 추진하라고 제안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시장이 지속적으로 청년정책을 강조해 정책 기조가 바뀌고 있다”며 “최근 국무총리실 청년정책추진단의 청년정책 기본계획 확정 등으로 정부 정책도 강화돼 인천시는 올해 청년정책을 보완하고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인천은 최근 수년간 인구가 증가한 도시이지만 청년 수는 지속적으로 줄었다. 인천지역 만 19~39세 청년인구는 2015년 89만7299명에서 2019년 86만4434명으로 3만2865명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