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매맷값과 전셋값의 격차가 좁은 것을 이용해 적은 돈으로 전세 낀 아파트를 매입한 갭투자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집값 상승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전셋값이 떨어지다 보니 세입자가 나갈 때 대출받아 전세금을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갭투자 많았던 곳에서 전셋값 하락 뚜렷
한국감정원에서 따르면 2월 넷째 주(2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2% 내리며 2주 연속 하락했다. 전셋값은 지난 주 3년8개월만에 첫 하락 전환한 이후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고강도 부동산 규제에도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크게 오르자 세입자들이 서둘러 주택 매수에 나선데다 입주 물량 증가, 가격이 저렴한 인근 수도권 신도시나 택지지구 등으로 이동 수요가 늘어난 것이 전셋값 하락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도 매맷값과 전셋값 차이가 적어 1억원 안팍의 금액으로도 소형아파트를 살 수 있어 ‘갭투자의 성지’로 불리는 도봉·노원구 등지의 전세값이 많이 하락했다. 도봉구와 노원구는 올 들어 전세값이 각각 0.30%, 0.15% 내리며 송파구를 제외하고 서울에서 낙폭이 가장 컸다. 노원구 중계동 중계주공5단지 전용면적 58㎡ 전셋값은 2억3000만~2억4000만원으로 두달 전에 비해 3000만원 내렸다. 강여정 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인근 수도권 택지지구인 구리 갈매지구와 남양주 다산신도시 입주 물량 증가로 전세 수요가 분산된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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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는 인근 수도권 신도시 입주로 수요가 분산된 곳 위주로 하락했지만 가격 약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년까지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역대 최대 수준이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입주 물량은 올해 3만4932가구, 내년 3만8503가구로 최근 3년간 평균 2만5000여가구에 비해 40~50% 늘어난 수준이다.
주택 수요에 비해 입주 물량이 대거 몰린 경기도 지역에선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입주 물량이 몰려 있는 경기 남부권(용인·화성·평택·오산시 등)의 경우 세입자를 못구해 아파트 잔금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거나 집주인이 빚을 내 전세금을 빼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화성시 청계동 한 공인중개사는 “동탄2신도시는 지난해 입주 쓰나미에 전세시장이 소화 불량에 걸렸는데 올해는 입주 물량이 되레 이 보다 1만여가구가 늘어 갭투자에 나섰던 사람들은 멘붕 상태”라고 전했다.
지방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미분양이 많은 경남(1만3227가구)를 비롯해 충남(1만1352가구)·경북(7806가구) 등에서는 이미 입주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일어나고 있다.
역전세난에 ‘깡통전세’ 우려도…집값 하락 신호탄?
서울 전셋값이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경우 버티지 못한 갭투자자들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으면 매맷값도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지방과 수도권 외곽, 서울 변두리 지역에 이어 최근 들어선 강남권마저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다”며 “갭투자자들이 보유했던 매물이 일시적으로 시장에 쏟아지면 매맥시장도 충격을 받을 것 ”이라고 말했다. 전셋값 하락→급매물 증가→매매가격 하락이 순차적으로 전개되면서 서울 주택시장 전반이 침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노원구 중계동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 수요 감소로 전세 매물이 나가지 않자 어쩔 수 없이 아파트를 팔려는 집주인(갭투자자)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한편에선 서울 전셋값 약세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양지영 R&C 연구소 소장은 “최근 전세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서울 집값이 단기 급등해 가격 부담이 높아진데다 연내 예고된 보유세 인상 및 금리 인상 등의 변수로 인해 전세로 눌러앉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면서 “올해 입주 물량이 다소 늘겠지만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멸실주택 증가로 이주 수요 또한 이를 상쇄할 정도로 많아 전셋값이 다시 상승세를 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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