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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성북동 자택에서 만난 조태권(69) 광주요그룹 회장은 “경영인생 30년은 우리 자기를 세계화하기 위한 준비단계에 불과했다”며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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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요그룹은 중고가 자기 브랜드로 유명한 ‘광주요’, 프리미엄 소주인 ‘화요’, ‘미슐랭 3스타’를 받은 한식당 ‘가온’ 등 3개 사업부로 이뤄졌다. 지난해 매출액은 광주요 82억원, 화요 61억원(세후기준) 등 150억원 규모다.
조 회장은 선친에 이어 2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기업인이다. 미국 미주리주립대에서 경영학과를 마친 그는 대우에 입사하며 사회생활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30대 초반에 그리스지사장을 맡을 정도로 회사 내에서 두각을 보였다. ‘자신만의 사업을 꾸려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사표를 던진 후 섬유와 자동차, 군장비 등 특수물자를 무역하는 업체를 창업했다. 하지만 이 업체가 한참 성장세를 이어가던 1988년, 조 회장은 모친으로부터 가업을 이어달라는 요청을 받은 후 미련없이 사업을 정리, 지금까지 광주요를 이끌고 있다.
조 회장은 “오래 전부터 이런 날이 올 걸로 예상했다”고 일갈했다. 그는 “자기 업계가 그동안 외산을 모방하는 데 머물렀다”며 “일제강점기 후 사라진 우리 자기 문화를 살리려는 노력에 소홀했던 결과”라고 강조했다. 외산과 큰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밀려오는 저가 제품 홍수 속에서 살아날 방법이 없다는 것. 반면 광주요는 공방에서의 전통 수작업과 함께 대량생산이 조화를 이루며 중고가 자기 시장 강자로 안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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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은 2000년대 들어 사업을 다각화하는 작업에도 나섰다. 2003년과 2005년에 각각 가온과 화요를 설립한 것. 그는 “결국 자기는 음식을 담아서 먹을 때 쓰는 것”이라며 “단순히 자기만 팔면 의미가 없고, 음식과 자기에 곁들일 수 있는 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화요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화요가 입소문을 탄 후 기존 주류 업체들도 프리미엄 소주 시장에 속속 진출했다. 주류 회사 마케팅은 여느 업종보다 치열하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는 “화요는 지난 10여년 동안 프리미엄 소주 이미지가 확고하게 심어졌다”며 “화요의 아성을 넘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요와 화요가 해당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안착한 가운데 가온 역시 지난해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서 최고점인 별 3개 식당으로 선정됐다. ‘문화기업’을 꿈꾸는 광주요그룹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조 회장은 이제 내수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일본이 1964년 도쿄올림픽을 유치할 당시 ‘50년 후에 스시는 전 세계인이 즐기는 음식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돌아온 것은 ‘날것을 먹는 야만인’이란 평가였다. 하지만 스시는 지금 매년 약 20억명이 먹는 글로벌 음식이 됐다. 이처럼 광주요는 앞으로 30년을 우리 문화를 글로벌 일상생활로 만드는 작업을 할 것이다.”